‘젭바운드’ FDA 승인… 가격도 낮춰 기존 강자 위고비 “심혈관 효능” 강조 비만치료제 시장, 5년뒤 21조 전망 한미약품 등 국내 업체도 뛰어들어
체중 20%를 줄여주는 또 하나의 강력한 비만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제약사 간 비만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만 외에 다른 질환까지 치료 대상을 넓히거나 약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 3상에 진입한 한미약품을 포함해 여러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가 FDA 승인을 받으며 의료 현장에서 새 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젭바운드는 일라이릴리가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한 ‘마운자로’를 비만치료제로 바꿔 승인받은 약물이다. 임상 3상에서 비만 환자 체중을 최대 22.5%까지 감량해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기존 비만약 강자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시장을 빼앗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젭바운드의 월 투여 비용은 1059.87달러(약 138만 원)로, 1350달러인 위고비에 비해 약 20% 낮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전이 최우선인 의약품의 경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쉽게 약을 바꾸지 않는다”며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에 가격까지 대폭 낮춘 것은 초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심혈관 효능을 추가하는 라벨 업데이트(의약품에 대한 권고 사항 및 주의사항을 표기한 문서)를 신청했다. 승인 결과는 내년쯤 나올 예정이다. 회사는 갈수록 비만과 심혈관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위고비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두 글로벌 기업이 이렇게 비만치료제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167억 달러(약 21조7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위고비의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271억2900만 크로네(약 4조1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92% 성장했다. 유사 계열의 비만치료제 ‘삭센다’까지 합치면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달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은 해외보다는 국내 비만 환자에게 잘 맞는 ‘한국인 맞춤형’ 치료제로 개발해 3년 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특정 유전자 결핍으로 인한 유전성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 ‘LB54640’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