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순신’ 뮤지컬-무용 등 다양한 접근 3대 해전은 판소리로 풀어내
창작가무극 ‘순신’에서 이순신(형남희·가운데)은 전투에서 승리할수록 느끼는 죄책감과 외로움을 무용으로 표현한다. 서울예술단 제공
휘몰아치는 파도를 배경으로 독전고(전투를 독려하는 북)가 울려 퍼졌다. 소리꾼 이자람이 “임금이 백성을 버렸다”며 임진왜란에 비통해하는 소리는 구절마다 폐부를 관통했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삶이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이 합쳐진 창작가무극으로 탄생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7일 초연된 서울예술단의 신작 ‘순신’이다.
‘순신’은 전쟁 영웅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이순신의 고뇌에 주목했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꿈 이야기를 소재로 1592년부터 6년에 걸친 이순신의 삶을 따라간다. 판소리로 박진감 있게 풀어낸 한산, 명량, 노량 등 3대 해전 장면은 ‘순신’의 백미다. 해설자 ‘무인’ 역을 맡은 이자람이 직접 작창을 맡았다. ‘우르르르’ 등 판소리 특유의 의성어, 의태어와 물살 타듯 빨라지는 소리는 전쟁의 긴박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무대 위엔 거북선도, 대포도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영상물이 투사된 20m 길이의 터널 구조물이 이순신의 속마음과 전쟁 상황을 추상적으로 보여준다. 터널은 붉은 화염이 치솟았다가 시퍼런 파도가 넘실대는 해협이 되며 웅장함을 강조했다. 26일까지, 6만∼9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