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사회부
동아일보는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 238명의 21대 총선 공약 1만4119개의 이행률을 분석하면서 여야 의원실에 자체 평가한 공약 이행률을 요청했다. 회신한 의원실 42곳은 ‘완료’ 공약이 전체의 49.5%라고 답했다. ‘진행 중’인 공약은 47%라고도 했다. 공약 10개 중 9개 이상이 진척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의원실의 공약 중 완료된 건 16.9%, 진행 중인 건 47%에 불과했다.
차이의 원인은 일부 의원실의 아전인수격 평가였다. 한 의원실은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문화예술센터를 짓겠다고 공약해 놓고 토론회를 한 차례 공동 주최하고, 관련 예산 1억 원을 확보한 걸 ‘완료’로 분류했다. 실질적으로 진척된 건 없지만 ‘협의 추진’, ‘담당 부처와 검토’ 등을 내세우며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실에선 아예 근거를 대지 않았다.
무분별한 공약 남발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30년 가까이 방치된 수도권의 하수종말처리장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수십 년 동안 허황된 공약이 반복되는 사이 유지관리비만 연간 몇억 원씩 들어간다”며 “공약 이행이 어렵다면 (부지에) 나무라도 심어 최소한의 해결 의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내년 22대 총선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면 공약 검증 및 이행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분석에 자문을 해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국회예산처 등이 공약 분석을 맡아 국민 세금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유권자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내년 총선에선 후보자별 공약을 더 세밀하게 살핀 후 투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