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사건 브로커 비리’ 수사대상 가족이 실종신고… 극단선택 추정 檢, 경찰 6명-검찰수사관 2명 조사 경찰 고위직-정치인 등 확대 할듯
‘사건 브로커’ 연루 의혹을 받던 전직 치안감이 15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안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치안정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경찰 계급이다.
15일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경 하남시 검단산 인근에서 전남경찰청장을 지낸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전날(14일) 오전 서울 자택을 나서며 “등산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되자 A 씨 부인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서울 강동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마지막 신호가 잡힌 하남시 검단산 일대에서 수색을 진행했다.
광주지검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활동한 브로커 성 씨를 코인 투자 사기 사건 피의자로부터 수사 로비 자금 18억 원을 받고 검경에 로비를 펼친 혐의로 올 8월 구속 기소했다. 성 씨는 고위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받고 승진 인사 등을 청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 씨는 전직 경찰 이모 씨(64)를 이용해 A 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0, 2021년 이 씨를 통해 A 씨에게 수차례 승진 등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구속된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성 씨로부터 받은 금품 일부를 내가 챙기고 나머지는 A 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숨진 A 씨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씨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한 경찰관들은 기소할 방침”이라고 했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씨 외에도 성 씨를 매개로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경찰 6명, 검찰 수사관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성 씨가 인사, 사건, 지방자치단체 공사 수주 등으로 총 100여 명에게 청탁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최고위직, 정치인들 등 지역 유력 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