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여명 출제위원 모처에서 시험 종료시 해방 올해는 통상 검토 절차에 킬러문항 점검 추가 수험생 체감 난이도 예측, 변수 많아 까다로워
16일 오전 시작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모두 끝나면 출제본부 위원들이 치러 냈던 38일 동안의 감금 합숙 생활도 끝을 맺는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수능 출제진이 예년보다 더 높은 중압감 속에 놓여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전 시험에서는 출제 오류에 따른 ‘빈칸 성적표’ 사태가 발생했으며 올해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 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해 수능 출제본부는 매년 모처에서 합숙하며 감시 속에 문제를 만든다. 구체적인 합숙 장소와 정확한 규모 역시 기밀에 부쳐진다.
합숙이 시작되면 외출하거나 통신 기기를 일체 사용할 수 없으며, 모든 전자기기는 반납해야 한다. 인터넷도 출제 관련 자료 검색 용도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으며 보안·행정요원 입회 하에 확인 절차도 거친다.
수능 출제기간은 2021년까지 36일이었지만 지난해 39일이었고 올해는 38일로 하루가 줄었다.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사태로 고난도 문항 검토 단계가 신설돼 이틀이 늘었고, 당시 코로나19 검사 절차로 하루가 추가됐다. 기간 단축은 방역 조치가 해제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출제본부는 문항 출제를 맡고 있는 출제위원단과 오류 및 적정 변별력 여부를 가늠하고 수정 의견을 제시하는 검토위원단을 기본으로 구성된다.
왕래나 교류도 일체 금지되는 두 위원단끼리 출제와 검토, 재출제와 재검토 과정을 주고 받는 것이다.
2022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를 계기로 신설된 고난도 문항 재검토 절차는 다수의 교육과정 내용(성취기준)을 묻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문제를 대상으로 3차 검토를 실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1차, 2차 검토 단계에서 이른바 ‘공정수능’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가 새로 생겼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 25명으로 구성된 점검위원회가 맡는다.
국어·영어·수학 각 3명, 사회와 과학탐구 각 8명 씩으로, 평가 베테랑들 대신 평가원 외부에서 추천을 받았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엄정 대응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자격 조건도 까다롭게 세웠다. 고교 근무 10년 이상 경력자로, 참고서 등 사설 문제집 발간에도 참여한 적이 없고 자녀가 수험생이면 안 된다.
출제본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수능 문제를 두 세트 만든다. 2017년 포항 지진을 계기로 시험이 중단될 때를 대비한 예비문항을 한 부 더 만들어 두고 있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체감 난이도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은 교육계에서 ‘신의 영역’으로 불린다.
단순히 평가만 해서는 안 되며 그 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집단의 특성이나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 전년도 수능의 문제점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예로 들면 27년 만에 최대 규모인 ‘N수생’ 등 졸업생 규모, 3년 차를 맞이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과목 유·불리 문제 완화, 코로나19 유행을 겪은 고3 재학생의 특성 등이 꼽힌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이 곧 초고난도 문항’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학원가에서는 초고난도 문항 없이 변별력을 유지하라는 과제를 준 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수능이 30년 넘도록 5지선다형 객관식 형태를 유지해 오면서 낼 수 있는 문제는 모두 나온 터라 ‘오류 없이 매력적인 선택지를 만든다’는 건 어렵다는 ‘동정론’도 평가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게서 나온다.
출제진은 합숙에서 해방되더라도 이의심사와 채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전망이다.
이의신청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닷새 동안 평가원 전용 게시판을 통해 취합한다. 이어 이달 21~28일 심사를 거쳐 이달 28일 오후 5시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채점은 그 이후 진행되며, 성적표는 12월8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올해 수험생들이 체감한 난이도의 향배는 채점 결과가 나오는 순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