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교육청 제12시험지구 제17시험장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최고령 수험 응시생 김정자 할머니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만학도가 된 사연을 전했던 김정자 할머니(82)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게 됐다. 김 할머니는 이번 수능의 최고령 응시자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인 김 할머니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같은 학교 학우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김 할머니는 교문으로 들어가기 전 “젊은 학생들 각자가 3년 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인생을 걸고 있는 날인데 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 우리나라를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새 일꾼이 되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교육청 제12시험지구 제17시험장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최고령 수험 응시생 김정자 할머니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우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스1
김 할머니는 자식을 다 키워낸 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 2019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할머니는 “우리 딸이 미국으로 출국하던 날 공항에서 엄청 울었다. 내가 이렇게 무식한 엄마라서 딸이 들어가는 출입구도 모르더라.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를 어떻게 알겠나”라며 글을 몰라 서러웠던 때를 토로했다.
김 할머니는 외대 앞에서 장사하던 시절 한 학생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다. 할머니는 “당시 학생이 노트 한 장을 찢어 ‘ㄱ’ ‘ㄴ’을 써줬다. 차근차근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던 학생 덕분에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다”며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김 할머니는 길을 걷다 우연히 건네받은 부채에서 문해 학교를 알게 돼 찾아갔다고 한다.
김정자 할머니가 문해 학교를 알게 된 부채.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영상 캡처
김정자 할머니가 문해 학교에 다니며 모든 것이 즐겁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영상 캡처
김 할머니는 “내 인생을 살아온 것을 생각해 보면 꿈만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뭐든지 하고 싶은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올해 최고령 수능 응시생인 김정자 할머니가 수험생 유의사항을 읽고 있다. 뉴스1
김 할머니의 반가운 근황에 누리꾼들은 “정말 멋지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사신다” “울컥한다” “앞날을 응원한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