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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사업’ 탈락…전남대-광주시는 뭐했나 [디지털 동서남북]

입력 | 2023-11-17 09:00:00


동아일보 사회부에는 20여 명의 전국팀 기자들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전국팀 전용칼럼 <동서남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독자들에게 깊이있는 시각을 전달해온 대표 컨텐츠 입니다. 이제 좁은 지면을 벗어나 더 자주, 자유롭게 생생한 지역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동서남북>으로 확장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 등 뉴스의 이면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교육부가 향후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최종 선정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가 탈락하면서 지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전남대는 13일 교육부의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선정 평가 결과’ 발표에서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던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수행한 만큼 당연히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전남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혹스러운 건 전남대 뿐 만이 아니다. 다음 기회를 노렸던 광주의 다른 대학들도 향후 공모에서 전남대와 다시 한번 경쟁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호남 최고 상아탑’이라는 위상에 견주어 봤을 때 무난히 지정될 것으로 전망했던 시민들도 대단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13일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 본지정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남대는 인문학 분야 공동 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광주캠퍼스를 인공지능(AI) 융복합 혁신 허브 공간으로 조성하고 여수캠퍼스는 신기술·첨단산업 혁신 특성화 캠프로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해 예비대학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본 지정을 앞두고 실행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수립됐는지, 대학 발전이 지역 발전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지, 자치단체가 글로컬대학에 대한 지원 의지가 충분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탈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남대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혁신성 등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뿐 아니라 여수, 화순, 나주 등 전남지역 캠퍼스들을 아우르는 실행계획서를 내놨지만 실제로는 전남도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 내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학과 자치단체가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에 협력하는 ‘지역 혁신 플랫폼’ 사업에 참가한 전남대 교수 등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점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남대 A 교수는 “그동안 방향성을 잘못 잡았거나 아니면 유치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된다”며 “전남대가 더 도약할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총장이나 보직교수 누구 하나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탈락과 관련 전남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학 차원에서 별도의 입장문 발표는 없다”며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 내년에는 지정될 수 있도록 보완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광주캠퍼스. 전남대는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던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남대 제공

전남대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 5년간 1000억 원을 별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광주시도 탈락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 기회로 삼고자 도움을 아끼지 않았기에 더욱 안타깝다”면서 “내년에 지역 대학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았지만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 젊은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은 지역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슈였다. 지방대를 살리기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지원 사업으로 대학과 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해왔다. 지역 인재들을 하나라도 더 붙잡을 수 있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정승호 기자

이번 탈락의 책임은 전남대가 가장 크다. 대학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 절실함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지역사회와의 연계 작업이 왜 원활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전남대와 테스크포스(TF)까지 꾸리고 전담부서까지 만들었던 광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전남대 총장이나 광주시장은 탈락 발표가 있은 지 3일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언급조차 없다. 시민들 사이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민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공동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부족함을 인정하고 재도전의 각오을 다졌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의 말처럼 이런 식으로 어벌쩡하게 넘어간다면 내년에도 탈락의 쓴잔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반성과 결연한 의지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