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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향후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최종 선정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가 탈락하면서 지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전남대는 13일 교육부의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선정 평가 결과’ 발표에서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던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수행한 만큼 당연히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전남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혹스러운 건 전남대 뿐 만이 아니다. 다음 기회를 노렸던 광주의 다른 대학들도 향후 공모에서 전남대와 다시 한번 경쟁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호남 최고 상아탑’이라는 위상에 견주어 봤을 때 무난히 지정될 것으로 전망했던 시민들도 대단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13일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 본지정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탈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남대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혁신성 등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뿐 아니라 여수, 화순, 나주 등 전남지역 캠퍼스들을 아우르는 실행계획서를 내놨지만 실제로는 전남도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 내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학과 자치단체가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에 협력하는 ‘지역 혁신 플랫폼’ 사업에 참가한 전남대 교수 등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점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남대 A 교수는 “그동안 방향성을 잘못 잡았거나 아니면 유치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된다”며 “전남대가 더 도약할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총장이나 보직교수 누구 하나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탈락과 관련 전남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학 차원에서 별도의 입장문 발표는 없다”며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 내년에는 지정될 수 있도록 보완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광주캠퍼스. 전남대는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던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남대 제공
정승호 기자
한 시민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공동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부족함을 인정하고 재도전의 각오을 다졌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의 말처럼 이런 식으로 어벌쩡하게 넘어간다면 내년에도 탈락의 쓴잔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반성과 결연한 의지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