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자, 무제(JUNG Kangja, Untitled), ca. late 1990s, Oil on canvas, 130x162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정강자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로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작가이다.
1970년 개최된 첫 개인전 ‘무체전’이 강제 철거된 후 해외에서 장기 체류를 택한 그는 1980년대초 귀국해 이후 40여년간 수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다.
정강자, 무제(JUNG Kangja, Untitled), 2000, Oil on canvas, 61x73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2000년대 이후 정강자에 대한 연구 및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작품 세계에 주목하며 강렬하고 풍부한 색채와 특유의 도전의식이 돋보이는 회화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중남미와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다양한 세계를
정강자, 도시의 여인들(JUNG Kangja, City Women), 1996, Oil on canvas, 97x131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순수한 자연과 원시의 삶을 찾아 떠난 여정으로 낯선 세상을 탐험하며 마주한 장면들에 스스로의 꿈이 투영된 환상적 이미지를 접목, 회화로 남겼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보다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형태에 관심을 둔다. 한복의 형상을 재해석해 조형요소로 활용하는 등 모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소재에 집중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정강자, 연인(JUNG Kangja, The Lovers), 2006, Oil on canvas, 130x97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오래도록 여성의 가슴을 짓눌러 온 치마끈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기도 하고 산처럼 쌓여 거대한 기념비가 되기도 한다.
2000년대는 원시적 풍경을 바탕으로 더욱 깊고 내밀한 내면세계를 탐구해 나아간 시기이다.
정강자, 지구에서 달에로 이동(JUNG Kangja, From the Earth to the Moon), 1999, Oil on canvas, 146x213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화면 속 무한한 자유 공간에서 펼쳐 낸 상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해방하고자 한 것이다.
정강자는 작고 직전까지 작업에 전념했다. 그가 남긴 화면들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적 시기를 몸소 겪은 한 여성 예술가의 삶과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