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수고비 달라는데, 내 어디 그런 큰 재물이 있나.
정정(整整)이란 가기가 하나 있는데, 쟁반 나르고 밥 푸는 잔시중은 들 수 있지.
내가 즐기던 가무는 적막해졌고, 이제 남은 건 피리 몇 가닥.
정정이 이런 사정을 살펴, 마나님께 잘 지내시라 인사 고하네.
(醫者索酬勞, 那得許多錢物. 只有一個整整, 也盒盤盛得. 下官歌舞轉凄惶, 剩得幾枝笛. 觀着這般火色, 告媽媽將息.)
―‘호사근(好事近)’·신기질(辛棄疾·1140∼1207)
가기는 혹 가기(歌伎)라고도 표기하는 데서 보듯 기녀(妓女)라기보다는 가무에 능숙한 예인(藝人)의 의미가 강하다. 가기는 송대에 크게 성황을 이루어 사대부들은 가기 두는 걸 관행처럼 여겼다. 구양수, 소식 등도 집안에 열 명 정도를 두었다 하고 신기질의 경우 작품에 이름이 등장하는 가기만 일곱 명이나 된다. ‘호사근’은 곡조명, 내용과는 무관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