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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넓고 돈 벌 길은 많다[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81〉

입력 | 2023-11-16 23:30:00


큰 규모였지만 우리 집의 어른들은 25년 하던 수산업을 접었다. 어른들은 “바닷속 물고기가 잡힐지 안 잡힐지 알 수 없으므로, 자기 재산의 3분의 1만 수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나에게 남겨주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산코라인이라는 세계 최대 선사에 입사했다. 회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일본 조선소에 120척의 건조를 의뢰했다. 2년 뒤 새 배가 나오면 선가가 올라서 빚을 갚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선가가 크게 내려 적자가 많아진 결과 회사는 1985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01년 조양상선과 2016년 한진해운도 파산을 경험했다. 산코라인은 일반 화물선만을 가진 회사였다. 조양상선과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운송 회사였다. 아버지가 말한 다양한 영업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파산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본의 NYK, 덴마크의 머스크는 세 가지 분야로 영업한다.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 일반 화물선 분야 그리고 물류 산업 분야이다. 세 가지 업종이 모두 한 번에 불경기에 빠지진 않는다. 현재 컨테이너 시황은 나쁘지만 전쟁 통에 유조선의 운임은 좋다. 머스크는 터미널 운영을, CMA-CGM은 항공산업도 같이 한다.

선박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째, 선박 건조업이다. 무역은 상품이나 원재료의 국제 간 이동을 말한다. 95% 이상이 선박을 이용한다. 선주의 의뢰에 따라 선박을 건조해 주고 조선소가 돈을 번다.

둘째, 운송업이다. 수출자와 운송 계약을 체결하여 운송해 주고 운송인은 운임 수입을 얻는다. 2022년 머스크의 해운 운임 매출은 약 80조 원이었고, HMM은 약 18조 원이었다.

셋째, 선주업이다. 선박왕 오나시스는 운송업은 하지 않고 오로지 선박만을 소유하고 임대해 주는 사업가로서 선주업의 상징이다. 소유자인 선주사는 운송인에게 선박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다. 그리스는 약 5000척, 일본도 약 1200척의 선박을 선주사가 가지고 있다. 그리스의 선박 임대료와 그 부수입은 20조 원에 달한다. 임대만 해도 수입이 이렇게 크다니 놀랍다. 우리나라에선 선주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넷째, 항만 하역업이다. 선박이 상품을 실어 오면 부두에 붙여서 하역 작업을 해야 한다. 컨테이너 선박을 위한 하역용 터미널이 있다. 대형 크루즈선이 기항 때 정박을 위한 부두가 필요하다. 부두 운영자는 이들로부터 사용료를 받게 된다. HMM도 자체 터미널이 있다.

다섯째, 선박 관리업이다. 선박은 현장에서 사람이 운항해야 한다. 선장 이하 선원들이 이런 일을 한다. 유럽과 홍콩 등에 500척에서 1000척의 국제 선박에 선원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선박 관리 회사들이 있다. 500척이면 봉급을 위한 임금액이 약 1조 원은 된다. 5개 회사를 우리나라에 두면 매출액이 약 5조 원이다.

바다는 넓고 돈 벌 길은 많다. 바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 국가적인 힘을 결집하면 현재보다 더 많은 돈을 바다에서 벌어올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