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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I 반도체’ 속도… 美엔비디아 틈새 노린다

입력 | 2023-11-17 03:00:00

SKT서 분사한 사피온, ‘X330’ 출시
“엔비디아보다 연산 빠르고 고효율”
리벨리온-퓨리오사 등도 개발 박차
업계 “국내 NPU기업, 발전 가능성”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테크서밋 2023’에서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X330’을 공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이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X330’을 출시했다.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다. 전 세계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사피온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NPU를 앞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고성능 저전력 AI 칩 내놓은 사피온

16일 사피온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테크서밋 콘퍼런스에서 추론용 NPU인 ‘X330’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출시는 2020년 한국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X220’을 내놓은 지 3년 만으로 지난해 4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후 첫 성과물이다.

X330은 전작인 ‘X220’ 대비 4배 이상의 연산 성능,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갖췄다. 특히 경쟁 모델인 엔비디아의 ‘L40S’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할 때 연산 성능은 약 2배, 전력 효율은 1.3배 우수하다고 사피온은 전했다.

사피온은 거대언어모델(LLM)까지 지원 가능하도록 성능을 향상한 X330을 통해 AI 서비스 모델 개발 기업 및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주요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X330 시제품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 작업을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1∼6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용 반도체설계자산(IP), CCTV 등 고성능 에지 디바이스용 AI NPU 등 다양한 반도체를 출시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X330 출시를 계기로 AI 관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국내 AI 반도체 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걸 보여 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 독점 시장서 국내 기업들도 가능성 탐색


AI 반도체 시장은 GPU 강자인 엔비디아가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NPU 분야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KT와 협업하고 있는 리벨리온이 데이터센터용 NPU를 선보였고, 또 다른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는 컴퓨터 비전용 NPU를 출시했다.

NPU는 특정 분야의 AI 개발 및 구동에 특화된 반도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는 NPU는 범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처리 속도가 더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사피온, 리벨리온, 퓨리오사의 NPU는 글로벌 AI 반도체 벤치마크 대회(MLPerf)에서 처리 속도, 이미지 처리 등에서 엔비디아 반도체보다 나은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자체 칩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범용에는 GPU, 특화된 데이터 처리에는 NPU를 섞어 사용하는 식으로 NPU가 GPU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NPU 기업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사피온 등의 NPU가 성장하면 함께 사용할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증가한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동반 성장이 가능한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15일(현지 시간) 자체 AI 반도체 ‘마이아’와 중앙처리장치(CPU) ‘코발트’를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산을 대만 TSMC에 위탁했다고 보도했다. MS는 다만 자체 칩 생산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엔비디아와 AMD 등 기존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 관계도 견고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자체 칩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안 안정적인 제품 수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