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후임 인사… 대통령 몫 지명 법조계 “보수성향 원칙주의자” 평가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정형식 대전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16/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새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정형식 대전고등법원장(62·사법연수원 17기·사진)을 지명했다. 보수 성향의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우위를 유지해 왔던 헌재 재판관 구도가 중도·보수 우위로 재편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밝히며 “해박한 법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법관”이라고 소개했다. 또 “헌법재판관으로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 법조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어 헌법재판소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 재판관으로서 더없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이달 10일 임기를 마친 유남석 전 헌재소장의 후임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헌재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는데 정 후보자는 대통령 몫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본회의 인준 표결 없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보수 성향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건설업자에게 9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항소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는데,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8년 2월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을 맡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판결과 관련해 논란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법과 원칙에 충실한 분으로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분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유 전 소장 퇴임 전까지 헌재 재판관은 진보 5명(유남석 이은애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 보수 1명(이종석), 중도 3명(이영진 김형두 정정미)으로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진보 4명, 보수 2명, 중도 3명으로 중도·보수 우위 구도가 된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