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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보러 한국 온 60대 베트남 여성…식당서 화재로 숨져

입력 | 2023-11-17 13:37:00

지난 14일 오전 5시 43분경 인천 중구 운북동 1층짜리 음식점 건물에서 불이 났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숙직하며 종업원으로 일하던 60대 베트남 여성이 화재로 사망했다. 그는 아들과 손자를 보기 위해 사고 2주 전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전 5시 43분경 인천 중구 운북동 1층짜리 음식점 건물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식당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재 발생 39분 만인 오전 6시 22분경 완전히 불을 껐다. 이후 인명 검색 중 베트남 국적 60대 여성 A 씨가 음식점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JTBC에 따르면 A 씨는 3년 전 한국으로 떠난 아들과 생후 5개월 된 손자를 보기 위해 2주 전 한국을 찾았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방 한 칸 내주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A 씨는 잠깐이라도 돈을 벌어 아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숙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고 당일 A 씨는 음식점 안쪽 방에서 잠을 자다가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동네 주민이 불이 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식당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평소 귀가 어두웠던 A 씨는 끝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화재로 사망한 베트남 국적 60대 여성 A 씨가 생전에 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 JTBC뉴스 방송화면 캡처

A 씨의 아들은 “우리 집에 돈이 없으니까, 엄마가 ‘좀 일하는 것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식당 일을 구하신 것)”이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열심히 하고 돈 벌고 건강 잘 지켜서 잘살아 보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본 시어머니를 하룻밤 사이 잃은 며느리도 “(어머니가) 손주 보고 너무 예쁘다고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 씨의 장례식에서는 화상 입은 영혼을 위로하는 베트남 추모식이 진행됐다. 대사관 승인이 나지 않아 유해를 언제 고국으로 보낼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화재가 난 식당의 현장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