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스포츠윤리강화 포럼서 지도자들 호소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 의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수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인권 보호를 이유로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현 남자 역도 국가대표팀 코치는 1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스포츠윤리강화 포럼’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가 선수들의 훈련 거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훈련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훈련을 할 수 없다는 무기를 쓰고 있다”며 “진천선수촌에 상주하는 의사가 정확한 검사를 하고 훈련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선수 본인이 훈련을 거부한다면 절대 훈련을 강요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들에게 일반 선수들과 같은 인권 기준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도 나왔다. 김 코치는 “국가대표팀은 국가가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가르쳐야 한다”며 “진천선수촌은 부대로 치면 최정예 부대다. 하지만 현재 최정예 부대에 적용되는 인권 가이드라인은 평범한 스포츠 인권이다. 국가가 주는 혜택을 보는 선수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인권이 강조되면서 현장 지도자는 선수들 눈치를 보게 됐다. 김 코치는 “현장 지도자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 선수를 관리하려 하면 인권 침해라 하고 선수 선발 권한은 비리를 막는다며 연맹이 맡는다”며 “권한은 없는데 책임은 져야 하고 소통도 해야 한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선수 감정을 자극해야 하는데 결국 선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선수에 잘 보여서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도자도 선수도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코치의 의견이다. 그는 “결국 다 잘 되려면 선수도 지도자도 상호 존중해야 한다. 존중하려면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선수들이 개인 행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지도자는 갑이 아닌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도자도 선수도 갑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실 이창하 실장도 “선수가 뭐라 하면 부모로부터 연락이 오고 지도자 행동을 꼬투리 잡아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에서는 ‘이러면 지도자가 떠나간다’, ‘남는 지도자가 없을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지도자에 불만을 품고 허위 신고를 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는 인권 침해를 당했다면 팩트를 근거로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무고죄가 강화됐는데 (선수들도) 소설을 쓰면 안 된다”며 “이제 선수도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