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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멘 이재용, 10분간 최후 진술…“앞으로 나아갈 기회 달라”

입력 | 2023-11-17 18:59: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부디 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10분간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꺼내든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 앞에서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는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목이 멘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으며 원고를 쥔 손이 떨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이던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는데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