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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파산에 후폭풍 이는 美 상업부동산 시장[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3-11-18 01:40:00

위워크 파산… 공유경제 이상 없나
재택근무-고금리로 공실률 상승
“임대차 47곳 중 35곳 해지”
위워크 발표에 풍전등화




공유사무실 혁신 모델로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했던 위워크의 파산은 공유경제 그 자체뿐만 아니라 미국 상업부동산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을 거치며 사무실 공실률이 커진 데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상업부동산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던 중에 발생한 파산이어서 그렇다.

더욱이 위워크가 일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위워크에 사무실을 빌려준 임대인들은 대출금 상환도 못 할 상황에 처했다. 위워크가 일으킨 공유경제를 미래 투자처라 믿은 미 상업부동산 업계가 풍전등화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에서 위워크가 빌린 사무공간은 총 47개, 연면적 690만 평방피트(약 62만8000㎡·19만4000평)나 된다. 뉴욕 전체 공유사무실의 60%에 이른다. 한 기업이 뉴욕 부동산업계 최대 임차인인 셈이다. 위워크는 파산을 신청하며 이 중 35개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워크에 사무용 건물 5개를 임대한 부동산 회사 월터&새뮤얼스는 대출 7700만 달러(약 1002억 원) 상환을 중단했다. 위워크가 임차료를 더 이상 내지 않아 금융기관 빚을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NYT는 “임대인에게 이보다 더 나쁜 종말은 없다”고 지적했다.

위워크의 파산은 상업부동산 업계에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무실 수요가 감소한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미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19.2%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사무실 매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 CNN방송은 “위워크가 없어지면 빈 사무실이 증가하고 세입자 임차료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도 상업부동산 위기를 부채질한다. 위워크라는 최대 임차인이 빠져나간 건물 소유주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대출이 있는 경우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채를 상환할 수밖에 없다. CNN은 “이미 고금리 환경에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임대인의 현금 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며 “위워크 파산은 임대인 부채를 보유한 중소형 은행이 주택 및 사업주 대출을 죄도록 하는 여파를 미치며 금융 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공공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NN에 따르면 뉴욕 사무실 건물이 내는 재산세는 뉴욕시 세수의 21%를 차지한다. 상업부동산의 위기가 지속된다면 충분한 세수 확보가 어려워져 예산 삭감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워크의 파산 절차가 끝난 뒤도 문제다. 블룸버그는 “위워크는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 재협상을 통해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면 사무실을 빌리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지렛대를 갖게 됐다”며 “위워크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갖게 됐다”고 비판적으로 짚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