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지음·북인
오로지 오리발과 물안경과 테왁에만 의지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확이 저조할 듯싶은 작업 방식은 해산물의 씨를 말리지 않기 위해 예부터 묵언으로 이어온 약속이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어도 다음 세대들을 위해 바다를 지켜온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멋진 잠수복과 훌륭한 잠수 장비를 그녀들이 갖출 줄 몰라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만큼 건져 올리던 작업량이 생태계를 보존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행동으로 지켜졌다. 일천 년 세월 동안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가사를 감당해 온 저력이 바로 이런 배려심 때문이었을까.
제주에 정착한 작가가 바다에서 만난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