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자연식 DIY 플랫폼 만드는 ‘지오하임’ ‘육분’ 단백질-첨가제 들어갔는지 불안… 누구나 직접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연구 건강에 초점 맞춘 간식-용품-세제… 비대면 사전 진료 플랫폼까지 개발
‘지오하임’의 김인선 대표(반려견 뒤)와 임직원들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회사 제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영양 불균형 걱정 없이 반려견의 식생활을 개선할 솔루션을 내년 초 선보인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 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동물 반려인들’의 불안
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의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렌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
● 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
지오하임이 로얄캐닌으로 대표되는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집에서 만든 자연식 한 끼의 영양 성분에는 부족한 성분이 보이지만, 영양제 보충 후에는 모두 충족된 사례. 지오하임 제공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 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 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
지오하임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간식과 기능성 보조제, 생활용품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 최고 지식 자산 그룹 될 것”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일랜드대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너선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전 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