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떴다떴다 변비행’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 최종 통합 승인까지 우려되는 장애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1월 4일 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의결 막전 막후[떴다떴다 변비행]>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의결 막전 막후[떴다떴다 변비행]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104/122022523/1
동아일보DB
●한고비 넘겼지만, 통합까지는 산 넘어 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사업 분리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최종 시정안(대한항공이 유럽 경쟁당국에 제출해야 했던)에 찬성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계속 진행되게 됐습니다. 내년 1월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조건부 승인을 내주면, 내년 12월 20일쯤 최종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화물 사업 매각을 해서 인력이 떠날 경우 원칙대로라면 직원들의 동의를 전부 구해야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남을지 매각되는 회사로 떠날지를 결정해야 하죠. 실제 대한항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내식 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매각되는 회사로 소속을 바꾸기도 했고, 대한항공에 남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끝까지 대한항공에 남은 사람들은 회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치 않은 부서로 갔다. 사실상의 인사 보복을 당한 것이다. 통합 이후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화물 매각이 되면 직원들 사이에서 한바탕 시끄러울 것이다.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이미 거짓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한항공은 “고용 승계 및 유지 조건으로 화물 사업 매각을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용유지가 통합 대한항공에 남게 해주겠다는 것인지, 인수되는 회사로의 고용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진 않습니다. 양사가 고용에 대해서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측에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쉽지 않은 회물 분리 매각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매각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화물 매각을 한다는 건 회사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다 보니, 주주총회를 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는 30% 정도 지분을 가진 금호산업과 약 11% 지분을 가진 금호석유화학, 나머지는 소액 주주들입니다.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대한항공 측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주주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합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회계법인의 자문을 구해보려 했지만, 모든 회계법인들이 손사래를 쳤다는 말도 나옵니다.
항공기 금융 및 리스 업체 등 채권자들이 분리 매각에 동의를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들이 화물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차입금이나 잔여 임대료 및 비용 등을 일시에 상환해야 합니다. 난항을 겪을 수 있는 것이죠. 실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또한 시간은 매수자의 편입니다. 대한항공은 EC의 최종 승인이 있을 예정인 12월 전까지 무조건 매각을 끝내야 합니다. 인수 희망자는 시간을 끌수록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EC는 화물 사업 매각에 대해 매각 가격 하한선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하고 화물 사업을 팔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매각 후 매각 대금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가지게 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서 기존 항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사업을 매각해 재무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일각에서는 화물 분리 매각 자체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화물기인 B747 9대는 평균 27년 이상 된 항공기들입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을 인수한 기업은 최소한 5~10년간 화물기를 운영해야 합니다. 신규 기종 교체가 필요한 시점인데, 과연 인수 가치가 그만큼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죠. 화물 매각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벨리카고(Belly Cargo)는?
항공기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화물기 또는 화물전용기로 실어 나르는 방법과 벨리카고(Belly Cargo)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벨리카고는 여객기 하부 공간에 탑재하는 화물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타는 비행기 아래 배 부분에는 화물 공간이 있습니다.벨리카고가 전체 항공 화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60% 정도입니다. 코로나 기간에 화물 운임이 코로나 전보다 많게는 8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여객기 운항이 감소하면서 벨리카고 화물 공급량이 크게 줄어 수요와 공급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벨리카고를 남겨둔다고 하는 건, 아시아나항공 화물 공급량의 절반 정도만 매각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한국~유럽 화물 노선을 100이라고 하면, 양사가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벨리카고를 반납 안 하면 사실상 대한항공이 75, 매수인이 25를 가져가는 셈이다. 노선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EC 입장에서는 이를 독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U “티웨이 영속성 의문”
화물 분리 매각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EC는 한국~유럽 4개 노선의 대체자로 지목된 티웨이항공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C는 최근 대한항공에 “티웨이항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EC는 티웨이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장거리 노선 운영을 오래 해본 적이 없고, 인력과 정비, 항공기 등이 부족하며, 재무 상태가 탄탄하지 못하고, 사모펀드가 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우려스러운 겁니다.대한항공은 한국~유럽 4개 노선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티웨이항공에 A330-200 항공기와 조종사 100명을 포함한 승무원 인력 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티웨이항공을 지원해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체자로서 역할 하게 한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EC는 “대한항공에 대한 티웨이항공의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3년 동안 인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입니다. EC는 “파견 이후에 티웨이항공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티웨이가 직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상황입니다.
티웨이항공 A330 항공기. 티웨이항공 제공
●미국 법무부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
통합이 되려면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 경쟁당국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미국 법무부(DOJ)는 최근 대한항공 등과 가진 회의에서 “EC에 제출한 최종 시정안이 DOJ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우리의 기준대로 통합 검토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초 대한항공 측은 EC가 통합 허락을 하면 미국 DOJ도 자연스럽게 통합을 허락할 것으로 봤죠. 하지만 미국도 자체적인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미국은 경쟁제한성이 우려가 되면 소송을 제기합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1~2년이 걸릴 수 있어서, 사실상 통합은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입니다. 일본 경쟁당국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데요. EC와 미국에 비하면 조금 수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EC 등에 많은 것을 내준 것을 본 일본이 김포~하네다 운수권 등 일본 노선 반납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양사 통합은 어떠한 끝을 맺을까요? 양사 통합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업 경영 드라마’로 써도 될 정도로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양사 통합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사를 썼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