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실적보고서 분석 결과 기업 106곳 부채 상환능력 줄어 국가채무-가계빚도 심상치 않아
국내 200대 기업의 1∼9월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개 기업 중 2개 비율로 더 악화됐다.
19일 동아일보가 매출 200대 기업(공기업, 금융기업 제외)의 3분기(7∼9월)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9월까지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총 1884조3156억 원, 영업이익은 총 93조16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소폭(7조1558억 원·0.4%)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70조6000억 원(43.1%)이나 줄었다. 올해 반도체, 정유 등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재무안정성도 나빠졌다. 9월 말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진 기업이 129곳(64.5%)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업의 단기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 떨어진 기업도 절반이 넘는 106곳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다 보니 1년 사이 주요 기업들이 빚을 갚을 능력이 줄어든 것이다.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4년 가까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주요 34개국(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 들어 10월까지의 기업 부도 증가율은 약 40%로 17개국 중 2위였다.
대기업 53%, 부채상환능력 작년보다 악화… 반도체-화학 큰타격
6분기 연속 적자 LG디스플레이
부채비율 1년새 181→322% 악화
아시아나 부채, 자본보다 20배 많아
“영업 등 본질 집중해 위기 넘어야”
부채비율 1년새 181→322% 악화
아시아나 부채, 자본보다 20배 많아
“영업 등 본질 집중해 위기 넘어야”
● 부채 부담 커지고, 빚 상환 능력 떨어지고
19일 동아일보가 매출 200대 기업(공기업·금융기업 제외)의 실적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대비 올 9월에 129개 기업(64.5%)의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그만큼 재무안정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한화오션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며 1조3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사용하면서 부채비율이 올해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9월 2121.53%다. 지난해 9월(1만298.01%)보다 대폭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채가 자본보다 20배 이상 많다.
● 반도체 한파가 전체 수익성 떨어뜨려
200대 기업의 올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총 93조1614억 원으로 지난해 1∼9월 영업이익 163조7614억 원보다 70조6000억 원(43.1%)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상위 2개 기업은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35조3282억 원)와 SK하이닉스(―16조7979억 원)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감소분만 52조1261억 원에 달한다.
HMM은 글로벌 해운업 침체 와중에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8조1426억 원이나 줄었다. 상반기(1∼6월) 유가 하락 및 정유제품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2조8509억 원)과 에쓰오일(―2조1546억 원) 등 정유업체의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정유사들은 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상승에 힘입어 3개 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수요 침체 등 위기에서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숫자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일부 업종은 바닥을 지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영업, 연구개발(R&D) 투자 등 기업의 본질에 집중해 위기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