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오믈렛’ 출간 당일 중쇄 시인 임유영이 말하는 ‘내 시는…’
임유영 시인(37·사진)의 첫 시집 ‘오믈렛’(문학동네)이 출간 당일인 지난달 24일 중쇄를 찍었다. 온라인 예약 판매에 주문이 밀려들며 오프라인 서점에선 초쇄본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출판사도 “우리도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 시인은 2020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등단작부터 일부 심사위원들로부터 “이게 시야?”(문학평론가 박상수)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논쟁적인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당시 출품 시 9편 중 8편의 제목이 ‘아침’으로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떤 시는 “모자 하나가 멀리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걸 보았다”는 문장으로, 또 어떤 시는 “새 아이보리 비누를 뜯어 세수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됐다. 매일 새로운 아침이 오고 매일 다른 일기를 쓰듯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침’이라는 제목의 시로 반복됐다. 그게 바로 일상이고, 그게 바로 시라는 듯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10일 만난 임 시인은 “매일 쓰는 일기와 시의 세계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의 진실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시인의 작품 가운데는 타인의 입장이 되어 쓴 이야기가 적지 않다. 시 ‘만사형통’에선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베풀려 했던 ‘나’의 마음을 거절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삼겹살에 묵은지 지글지글 구워서 쌈 싸주고 싶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외투에 냄새 배는 게 싫다며 사양하였고, 나는 마침내 거절을 쥐고 다른 잠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임 시인은 “‘그들’이 수혜자로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존재이길 바랐다”고 했다.
시 ‘꿈 이야기’에선 4월의 어느 날 사고로 죽은 소녀의 이야기가 꿈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진다. 그는 “시에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을 뒤섞는 까닭은 그것이 저에게 일말의 진실이기 때문”이라며 “삶 가운데 죽음이 있고,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