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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돼버린 巨野의 ‘탄핵 간보기’[광화문에서/김지현]

입력 | 2023-11-20 23:45:00

김지현 정치부 차장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 여부도 필요하면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16일 TF 회의에서 한 장관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한 장관이 민주당의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설’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듯) 만약 법무부가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말한 것에 발끈한 것.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듯”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총장 탄핵설’은 14일 오전 한 언론이 관련 단독 기사를 띄우면서 처음 불거졌다. 마침 보도가 나오던 시점에 김 의원은 당 공식 회의에서 “(이 총장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회의 직후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 총장 탄핵을 검토한다는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논의는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대소동이 시작된 시점이다. 민주당이 검사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탄핵하려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뒤늦게 “검토한 적 없고, 들은 바 없다”고 수습에 나섰고, 대변인실도 “‘잘못이 있으면 (탄핵을) 논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며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적도, 논의 계획도 없다”고 정정했다.

이처럼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원내지도부와 달리,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당 핵심 인사들은 동아일보 추가 취재 과정에서 거듭 ‘이 총장에 대한 탄핵을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여서 말을 아끼는 것이고, 검토하는 건 맞다”, “대상이 누구든, 총장이든, 지금 정권 비리를 비호만 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든 검토된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진 것. 결국 종합해보면 공식 회의 석상에 의제로 올라가지 않았을 뿐, 이 대표 등 극히 일부 핵심 지도부들 사이에선 ‘이 총장도 탄핵하자는 말도 있더라’는 식으로 언급은 됐다는 것이다. 결국 탄핵 가능성을 슬쩍 흘려본 뒤 여론 반응을 살피고 이에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간보기’와 다름없어 보인다.

여권에서도 “탄핵을 간봐가면서 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무부 장관이 눈에 거슬려 탄핵하려니 국민 비판이 무섭고, 탄핵 카드를 접자니 강성 지지층 원성이 두려워 계속 ‘간보기’ 하는데 참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태도”라며 “탄핵은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매우 무겁게 추진돼야 할 정치적 결단이다. 그런데 드러난 위법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조직을 표적 삼아 러시안룰렛처럼 대상자를 선정하고 탄핵하겠다는 건 위중한 탄핵권을 마치 게임처럼 다루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한 장관도 “(민주당이) 나를 탄핵한다고 했다가 발을 뺐고, 오늘은 검찰총장 탄핵한다고 했다가 분위기가 안 좋으니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 정도면 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감을 망각한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온 국민이 받았던 충격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그렇게 막 던질 만한 카드는 아니지 않나.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