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56시간만에 완전복구’ 대응 부실 행정전산망 장애, 재난 분류 안돼…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서 제외 17일 먹통 직후 안내문자 없어… 12시간 지나서야 첫 대책 회의
주민센터 민원서류 발급 정상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민원 서류를 신청하고 있다. 정부의 지자체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은 17일 오전 9시경부터 마비됐다가 56시간 만인 전날 오후 5시경 복구가 완료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시군구청의 서류 발급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당시 “정부의 주요 정보 시스템은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해도 3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작 네트워크 장비 오작동으로 정부 행정전산망이 마비되자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완전 복구까지 56시간이나 걸렸다.
전문가들은 전산망 마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정부 전산망 마비를 재난으로 분류하고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재난’에서 제외된 전산망 마비
● 장애 발생 11시간 만에 대책본부 구성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17일 오전 8시 46분 ‘새올’의 장애를 처음으로 인지한 뒤 매뉴얼(장애 관리 절차서)에 따라 시스템 복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산 장애는 해소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24 장애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곧 해결된다”는 관리원 실무진의 말만 믿고 언론 문의에 “오전 중에 해결될 것”이란 말만 반복했다.
또 장애가 발생한 지 4시간 넘게 지난 오후 1시경에야 국민들에게 대법원, 국토교통부 등 ‘민원 발급 대체 사이트’를 안내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불통 사태 때 과기정통부에서 재난 문자를 3차례 발송한 것과 달리 재난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 기업들도 서비스가 몇 시간 안 되면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낸다”며 “대국민 서비스인 만큼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국민들의 혼란을 줄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대한 안내도 뒤늦게 이뤄졌다.
행안부가 전국 행정기관에 “수기 대장으로 민원을 접수하되 처리 예정일이 지나도 소급 적용하라”고 안내 공문을 발송한 시간은 장애 발생 후 8시간가량 지난 오후 4시 44분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 전에도 업무연락망을 통해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장애 사실을 안내했다”고 했지만 업무 마감을 불과 한 시간 남겨 놓고 대응 방침을 통보받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황선태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장애가 발생한 후 시간대별로 지자체와 관계부처에 대응 방침을 전달하는 매뉴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고 후 언론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전부터 전산망 장애를 알리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행안부가 처음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 사실을 밝히고 대응책을 내놓은 건 장애 발생 후 9시간가량 지난 오후 5시 40분경이었다. 김태환 한국재난정보학회장은 “출입 기자들에게라도 신속한 브리핑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