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단톡방서도 성토 이어지자 조정식, 사흘만에 “명백한 잘못” 지도부 수습에도 당내 불만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에 대해 20일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을 잡겠다고 제작한 현수막 문구가 청년 유권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사흘 만이다.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논란이 된 현수막 문구에 대해 “홍보업체가 만들었고 당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뒤늦게 고개를 숙인 것. 파장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대표는 2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직접 진행하려던 총선 홍보 프로젝트 발표를 취소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기획 의도가 어떠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이 보기에 불편했다면 명백한 잘못”이라며 “당무를 총괄한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당 플래카드 문구 작성 과정에도 전략기획위원회 등이 참여해 더 심도 있게 논의하라”는 취지로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처럼 공개 사과에 나선 데에는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도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등 계파에 관계없이 의원 20여 명의 성토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 우원식 의원은 “우리가 이런 사회를 지향한다니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고, 진성준 의원도 “민주당의 가치와 지향을 포기하는 것은 맹목적인 대중추수주의”라며 “현수막 시안의 문안과 디자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남인순 의원도 “청년 당원들의 항의가 많다”고 우려를 전했다.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2030 유권자들을 경제와 정치에는 관심 없지만 돈만 밝히는 무뢰한 취급을 한 것”이라며 “조만간 내부 회의 등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어설프게 유행을 따라가려다 2030세대를 싸잡아 이기적인 바보 취급을 한 꼴”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