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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은행권에 “횡재세 규모 알것”… 1.9조 상생안 압박

입력 | 2023-11-21 03:00:00

8대 금융지주 회장단 불러
“서민 체감수준 이자부담 낮춰야”
올들어 9월까지 은행 이자이익 44조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회장단을 불러모아 서민들의 직접적인 이자 부담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올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에 횡재세에 준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라며 가이드라인을 주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지주회사 간담회’에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절박하다”며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의 지원 규모와 관련해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서민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횡재세를 최소한 이 정도는 바라고 있다는 걸 금융지주사들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14일 더불어민주당은 ‘상생금융 기여금’이란 명목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올해 은행권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금은 약 1조9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비슷한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요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압박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기에 이자 장사로 수익을 키운 은행권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9월까지 44조2000억 원의 이자 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관치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금융사의 상생 노력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요청에 금융사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향후 발생할 이자 부담 일부를 줄이는 등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상반기(1∼6월)에 내놓았던 상생금융 방안보다 더 많은 이자 감면책을 내놓으라는 얘기”라며 “연체율 부담이 큰데 이자 탕감까지 해준다면 경영상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