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규모 개각 후 2개월 새 자리에서 물러난 관료 3명. 왼쪽부터 야마다 다로 전 문부과학 겸 부흥 정무관, 가키자와 미토 전 법무부대신, 간다 겐지 전 재무부대신. 2023.11.14/
자민당 지지율이 5개월 연속 30%를 넘지 못한 가운데 ‘포스트 기시다’ 찾기에 불이 붙고 있다. 정권과 거리가 있는 비주류파부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지지하는 아소파까지 2024 자민당 총재선거를 향한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환심 사기용 감세 정책·인사 파동에 지지율 ‘뚝’
요미우리신문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불과 한 달 사이 10%포인트(p) 가까이 떨어졌다. 이례적인 두 자릿수 폭락에 총리 관저와 자민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번뜩이는 해결책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닛테레는 최근 총리 관저와 자민당 인사들은 입을 모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대답은 “효과적인 아이디어는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한 각료 출신 인사는 닛테레에 “기사회생 카드가 없다”며 기시다 정권이 “막막함”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본인도 주변에 “디플레 탈출용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 실제로 인당 4만엔(약 35만 원) 감세가 시행되면 지지율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11월 주요 일간지가 실시한 지지율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1~25% 사이로 집계돼 일제히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다사키 시로 정치평론가는 “(감세가 적용되는 6월까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기시다 총리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너비 기시다’는 많지만 진짜 ‘포스트’는 없다
흔들리는 지지율에 전 각료 관계자 중 한 명은 “연내에 기시다 강판이 시작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예견했지만 실상 구체적인 자민당 내 라이벌도 야당 라이벌도 없는 ‘기묘한 안정기’가 이어지고 있다.
닛테레는 ‘포스트 기시다’가 보이지 않는 이유로 자민당 내 후계자가 없다는 점과 야당의 낮은 존재감을 들었다. 입헌민주당 소속 관계자는 “낮은 지지율은 정권 교체당하기 직전의 아소 정권 말기 때와 같지만 야당 지지율이 늘지 않았다”고 한계를 짚었다.
그런 이시바 전 간사장을 누르고 1위에 등극한 이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전 환경상이다. 2년 전 기시다에게 밀려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뒷배 역할을 맡고 있다.
스가 전 총리와 가까운 한 무파벌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인기 있는 고이즈미와 권력 투쟁 경험을 쌓아 온 스가 전 총리가 연구회를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은 지난 15일 연구회를 통해 아베파 의원 12명을 동원하며 세를 과시한 바 있다. 누가 봐도 총재 선거를 의식한 움직임에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뭐가 나쁘다는 것인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남기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단 잠룡들의 움직임과 별도로 정작 차기 총리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은 “이 안에 없다”는 선택지였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한 참의원 간부는 “‘이 사람이다’ 싶은 인간이 없다”고 한탄하며 “이시바도 고이즈미도 후보로 꼽이는 이는 모두 졸장부들이다. 처음 (후보로) 나선 후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파에 속한 한 부대신 출신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하게 되는 경우 “총재선거에서 후보가 난입해 비주류파가 캐스팅보트를 잡기 쉬워진다. 그런 일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