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 속 좌파 집권당을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53)이 20일 “민간에 넘길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 기업은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바로 다음날 공약으로 내건 ‘최소 정부’ 이행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민영화 대상으로 공영 언론과 국영 에너지기업 등의 이름까지 콕 찍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현지 라디오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공영 방송사인 TV 퍼블리카와 라디오 나시오날, 통신사인 텔람에 대해 “TV 퍼블리카는 (정권) 선전을 위한 메커니즘이 됐다”며 “(정권의) 은밀한 선전부를 두는 이런 관행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디오 나시오날도 마찬가지”, “텔람 통신사도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화 대상 언론을 직접 거론하며 매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선거 과정인 15일 밀레이 당선인이 속한 자유전진당에서 공영 미디어의 민영화를 거론하자 공영 방송 노조는 “언론과 노동자의 자유를 경멸하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밀레이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제난과 정부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정부’를 콘셉트로 내걸고 당선됐다. 정부부처 수를 18개에서 8개로 줄이고, 국영·공영 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정책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도 거듭 중앙은행 폐지 및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지금 통화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을) 없애는 데 18~24개월이 걸린다”며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엔 아르헨티나인들이 통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CNN은 “아르헨티나 규모의 어떤 나라도 자체 통화정책의 고삐를 미국에 넘긴 바가 없다”며 “(달러화를 채택한다면)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세계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