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앞줄 오른쪽)가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 뒷줄 왼쪽) 등 관료들과 회의하는 모습. 사진 출처: 리시 수낵 영국 총리 X
● 버티던 수낵 내각, 감세 검토
영국 정부가 공개한 ‘세금을 깎아 고된 노동을 보상한다’는 포스터. 사진 출처: 리시 수낵 영국 총리 X
수낵 내각은 그간 보수당 내부에서 감세를 하라는 압박에 반대하며 버텼다. 하지만 이번에 감세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은 우선 물가상승률 둔화 때문이다. 곳곳에서 감세 요구가 나올 때마다 수낵 내각은 ‘물가가 높은데 감세를 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여기에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정부 재정 여유분은 130억 파운드(약 21조 원)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며 정부의 차입 비용 부담이 비교적 줄고, 가계의 임금이 최근 오르면서 세입이 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부유한 보수당 유권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속세 과세 대상은 4% 미만”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가을 예산안 발표의 요지를 설명하는 홍보물. 사진 출처: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 X
이들이 상속세에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이중과세’란 인식 때문이다. 이미 과세된 소득으로 구입한 자산에 대해서 또 과세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게다가 상속세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도 상속세 폐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가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과세 부담까지 안고 있는데 부유층만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속세 과세 대상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과세 대상의 4% 미만만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정부의 곳간에 잠시 여유가 생겼지만 상속세 완화를 논할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경제학자 루스 그레고리 씨는 FT에 “총리가 선거 전에 (상속세 감면 등) 약간의 경품이라도 내놓으면 총리의 재정 규칙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