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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 시도하라[직업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입력 | 2023-11-21 23:30:00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2023년 12월 31일 오후 10시. 올해를 두 시간 남겨 놓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느낌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길 바라는가?

연말이면 바빠질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한 해를 돌아보자. 첫째, 나에게 성장을 느끼게 만든 일은 무엇이었나? 난 무엇을 배웠나? 둘째, 나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셋째,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기쁨을 주는 관계는 누구이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회사를 위해서는 매달, 분기별로 실적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여름, 가을부터 준비하듯이 내 삶을 위한 계획도 미리 생각해보자. 너무 바빠서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낼 수 없다기보다 내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 뇌과학자이자 ‘하루 2시간 몰입의 힘’ 저자 조시 데이비스 박사는 하루를 잘 보내는 과학적 방법으로 ‘결정의 순간(decision point)’을 소개했다. 이는 바쁜 하루 속에서 5분만이라도 “오늘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일정을 조정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최근 화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 그에게 질문했다.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매일 실천하는 의도적 습관이 있다면 하나만 알려 달라고.

그는 매일 아침이면 의도적으로 그날을 마무리하면서 하루의 성공을 어떻게 스스로 평가하고 싶은지 최대 세 개까지 정한다고 한다. 매일 하루의 기대치를 미리 정하는 과정을 통해 뇌의 신경전달물질로서 보상과 관련되는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그날 경험하게 되는 사건들에 반응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의욕과 연결되며, 장벽을 만났을 때 이를 피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도 나에게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매일 실천하는 의도적 습관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매일 오후 9시면 세 가지 알파벳 아이(i)로 시작하는 단어와 관련된 질문을 자동으로 뜨게 해 놓았다. 첫째,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는 내가 어떤 의도(intention)를 갖고 하루를 살고 일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이다.

둘째,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삶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시 ‘여름날’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말해봐, 내가 달리 무엇을 해야 했을까?… 말해봐, 당신은 이 하나의 소중한 야생의 삶을 어떻게 살 작정이지?” 이는 내 삶을 내가 어떻게 해석(interpretation)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내일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는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물었다는 질문,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가 하려는 것을 하고 싶을 것인가?”에서 가져온 것으로 하루하루 더 나은 개선(improvement)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매일 저녁 이런 세 가지 질문으로 ‘결정의 순간’을 갖게 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삶의 우선순위가 좀 더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은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에 따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주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2023년 마지막 날 한 해를 돌아보면서, 11월 중순 무엇인가를 작게라도 시작해 다행이라고 느끼고 싶다면 그것은 무엇이길 바라는지. 누구에게나 해보고 싶지만 생각만 하며 작게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로부터 뜨개질, 자신의 감정을 매일 써보기, 검도, 소중한 사람과 시간 보내기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가 4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도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작은 실험이나 시도를 지금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는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용기 내지 못했던 발레 수업을 신청했다. 발레 슈즈를 신고 내일 첫 수업을 받으러 간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