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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세 가지[동아시론/이창현]

입력 | 2023-11-21 23:33:00

재판에 대한 국민 의구심 적극 해소해야
임의규정이라며 재판 지연시키는 판사 엄벌
엄정한 재판으로 갈등 치유하고 예방할 것



이창현 한국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야당은 ‘검찰 독재’ 정부라며 분노하고, 정부는 거대 야당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국정을 방해만 한다고 주장하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 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전전임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아직도 재판 중에 있고, 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혀 재임 기간 전혀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는데도 구차하게 임기를 마쳤다. 법을 위반하거나 의심이 드는 자들이 대법관에 줄줄이 임명되었고, 심지어 대법원의 판결 과정에서 재판 거래 의혹이 강하게 불거졌다. 재판의 공정은 어딘가로 사라졌고 지연은 더욱 심해져 국민들은 법원에 신뢰를 접을 지경에 이르렀다.

법원이 현재 사면초가 상태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재판 못 한다고 재판 권한의 일부라도 뺏겠다는 주장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 전 대법원장 후보자로 처음 나선 분이 낙마하여 걱정이 컸지만, 새로 후보자가 나왔기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일을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첫째로 공정한 재판이다.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고, 법원의 존재 이유이며 생명과도 같다. 전전 대법원장과 일부 판사들은 재판의 공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국민들이 사건을 판단하기란 어렵지만, 무언가 상식에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오거나 그런 재판 절차가 확인되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언행을 일삼은 판사가 특별히 관례와 다른 형을 선고한다든지, 뜻밖에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피고인과 공범으로 의심되는 자가 판결을 전후하여 대법관실에 수차례 찾아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누구든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재판의 공정을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의심되는 사건이 나타난다면 법원 내부에서 진상을 조사하여 국민들의 의구심을 샅샅이 풀어주어야 마땅하다. 재판 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재판의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외부가 아닌 법원 스스로 정화 기능을 유지해야만 재판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거래 의혹 사건에 대해서 의혹의 진위를 말끔히 확인해야 한다.

둘째로 계속 심각해지는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이다. 재판이 왜 이렇게 지연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 것인지를 법원은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경험상 사건 처리가 한 번 늦어지기 시작하면 그 지연이 누적돼 다음 사건 처리가 계속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새 대법원장의 업무 개시와 함께 1∼2년간 판사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집중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졸속 처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탁월한 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재판 절차에 있어서 판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임의 규정으로, 당사자가 지켜야 하는 것은 강행 규정으로 해석하고, 심지어 강행 규정이 분명한 규정조차 임의 규정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규정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 판사에게는 엄한 징계라도 하여 인식을 대전환해야 한다.

셋째로 재판을 통해 갈등을 종국적으로 치유하고, 갈등의 발생을 예방하는 역할이다. 재판을 받은 자들이 판결을 비웃고 심지어 담당 판사에게 훈계까지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면서 도대체 재판의 기능이 무엇인지 심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 끝까지 새빨간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재판 지연을 노리는 피고인에게도 한없이 너그러운 형을 선고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재판인지, 게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최근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준 피고인에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면서도 단기 실형을 선고한 것을 보면서 참 답답하였다. 법정에서 불쌍하고 상냥한 모습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가슴 졸이며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피해자의 울부짖음도 살펴보아야 한다. 재판 이후에 다시는 법정에 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재판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사법권의 독립은 판사들의 노력도 없지 않았지만 국민들이 투쟁을 통해 안겨준 것이다. 판사들은 이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이를 지켜나가야 할 무거운 책무가 있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수천, 수만 번 고사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씀을 정말 믿고 싶고, 법원의 변화를 잘 이끌어 가시길 희망해 본다.






이창현 한국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