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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은 칼질, ‘이재명표’는 6조 증액… 巨野의 상임위 폭주[사설]

입력 | 2023-11-21 23:57:00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국정과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잇달아 단독 의결했다.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원전 관련 신규 예산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등에 배정된 1800여억 원 전액을,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분야 예산은 1조1600억 원을 삭감했다. 2400억 원에 육박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도 전부 깎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불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 예비심사만 6회에 이른다.

민주당은 그 대신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4500억 원 넘게 증액했다. 잼버리 대회의 파행 운영과 맞물려 논란이 된 새만금 관련 예산, 이재명 대표가 추진해온 지역사랑상품권과 3만 원 청년패스 예산 등도 모두 수천억 원씩 늘렸다. 이 대표가 공언한 10대 미래·생활 예산을 반영해 늘려 잡은 금액만 6조 원에 육박한다. 정부 예산은 칼질하면서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대놓고 증액한 것이다.

사업 내용과 예산 사용처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예산 항목 자체를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통째로 칼질해 버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적 대계를 뒷받침하는 예산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대 야당의 횡포다. 조 단위 예산을 속전속결식 날림 심사 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이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2조 원 넘게 증액하는 데 단 1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남아 있음에도 원전업계에서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야당을 설득하거나 협의를 이끌어내려 시도한 흔적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물밑 논의를 지속하며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게 예산이라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이다. 국회가 나라살림의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민생과 경제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정을 마비시키고 미래 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는 풀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거품은 걷어낼 예산 협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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