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발표 “2030학년도 3953명까지 증원 가능” 복지부, 대학 역량 점검후 규모 확정 의협 “정원 확대 강행땐 총파업 불사”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을 지금의 2배 가까이로 늘리길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들은 2030학년도에는 정원을 지금보다 최대 3953명 늘릴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이르면 연내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의 해법으로 의대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들이 대폭 증원을 원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부 기조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 40개 의대 대상 ‘희망 정원’ 조사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의대 정원을 얼마나 확대하기를 희망하는지 ‘최소 규모’와 ‘최대 규모’로 나눠 제출받았다. 여기서 최소 규모는 각 대학이 현재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정원을, 최대 규모는 추가 투자가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한 정원을 뜻한다.
조사 결과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정원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늘릴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들은 2030년에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은 한 학년에 3058명이다. 수요 조사대로 증원한다면 현재 고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이 5905명, 초등 6학년이 대학에 가는 2030학년도에는 7011명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공무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학교육점검반 활동을 통해 각 대학이 써낸 수요만큼 실제로 의대생을 더 뽑아 가르칠 역량이 되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12월 말∼1월 초 전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정해 교육부에 넘길 예정이다.
● 정부 “최대치일 뿐 이대로 배정 아냐”
이러한 수요조사 결과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본격 착수할 때 구상한 규모에 비해 훨씬 큰 수치다. 당초 정부는 1000명 정도 증원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숫자가 ‘각 의대의 희망 수요’일 뿐 이대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수요 조사는 (각 대학이 제출한) ‘맥시멈(최대치)’이다. 이대로 다 배정한다는 것이 아니고, 적정 (의대 정원) 규모가 나오면 여기에 따라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수요 조사 결과처럼 의대 정원을 현재 대비 2배 안팎으로 늘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과)는 “일단 연 500명을 늘린 뒤 5년 뒤에 재평가해 추가로 늘리거나 줄이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 의협 “총파업 불사” vs 의료노조 “국민만 봐야”
의협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수요 조사는) 이해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을 담은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라며 “주먹구구식 여론몰이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반면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인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같은 날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라”며 의대 정원 대폭 확대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에서 82.7%가 의대 정원 확대에 동의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