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그론 다이아, 천연과 성분 같아” 천연 다이아, 22년전 가격으로 하락 “1000만원대 예물 반값에도 안팔려”
서울 종로구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유병록 씨는 “랩그론 다이아몬드가 나오고 1년간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실험실에서 제작한 ‘랩그론(Lab-Grown)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자 보석상 사이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천연 다이아몬드 매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10∼20% 수준이다. 성분은 동일한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수요가 줄어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하락세다. 21일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 최저점을 찍었다. 지수가 개발된 2001년 2월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최고점은 158이었고, 이달 21일에는 107이었다. 22년 전 가격으로 돌아간 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DT 다이아몬드의 ‘랩그론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인공 다이아몬드가 판매에 앞서 가공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집에 보관하던 천연 다이아몬드를 팔아 돈을 마련하려 했던 시민 대부분은 그냥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경기 동두천시에서 왔다는 A 씨(75)는 “다이아몬드 반지 3개를 팔려고 왔는데 가격이 너무 내려서 그냥 돌아가려 한다”며 “샀을 때 가격의 3분의 1도 안 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KDT 다이아몬드 실험실에 놓인 CVD리액터의 체임버에서 원석이 자라나고 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강지은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