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도부 “南보다 먼저 쏘라” 지시
우리軍 최후통첩성 경고 하루만에
국제기구 통보한 시간보다 앞서 쏴
정부, 9·19합의 효력정지 착수할듯
조선중앙통신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0시 47분경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며 “백령도 및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군사정찰위성 1발을 포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사 장소는 앞서 북한이 2차례 위성발사를 시도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다.
이날 오전 북한은 일본 해상보안청을 통해 국제해사기구(IMO)에 ‘22일 0시∼12월 1일 0시’ 사이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면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취지로 전날(20일) 우리 군이 최후통첩성 공개 경고를 날린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이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추진체 낙하 구역)은 서해 일대 등으로 1, 2차 발사 때와 같다.
이에 앞서 최근 북한 고위급 지도부가 “한국보다 군사정찰위성을 먼저 쏘아 올리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이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됐다.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는 30일 발사될 예정이다. 결국 러시아로부터 직접 인력을 파견받아 정찰위성 기술을 확보한 북한은 우리를 의식해 정찰위성 도발을 최대한 일찍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하면서 정부는 예고한 대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해제 등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는 절차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남북이 합의한 어떤 사안도 국가 안보를 포함해 중대 사유가 발생하면 합의의 부분 또는 전체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조항이 기술돼 있다”고도 밝혔다.
영국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을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행사 도중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소식을 보고받고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北, 정찰위성 기습 발사
軍 “동창리 발사장 일대 기상 안좋아… 예고보다 앞당겨 발사 단추 누른 듯”
정찰위성 목표 궤도 진입 성공땐
韓 주요시설-괌기지 등 들여다봐
軍 “동창리 발사장 일대 기상 안좋아… 예고보다 앞당겨 발사 단추 누른 듯”
정찰위성 목표 궤도 진입 성공땐
韓 주요시설-괌기지 등 들여다봐
정부 소식통은 “우리 정부와 군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만큼 9·19합의를 현 상태로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美 핵추진 항모 칼빈슨함 부산 입항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21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항공기 80여 대를 태운 칼빈슨함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부산=뉴시스
북한이 정찰위성 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한미에 절대적 열세인 정찰 능력을 만회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정찰위성과 유·무인 전략정찰기 등을 갖춘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수뇌부 동향 등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수 있지만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정찰위성이 목표 궤도(500km 고도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 위성은 하루 서너 차례 한반도를 지나며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전략자산의 전개 여부, 주요 표적의 배치·이동 상황까지 볼 수 있다.
한국의 주요 시설과 군 기지 위치 등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유사시엔 전술핵을 실은 탄도미사일을 더 정확하게 날려 핵 타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또 북한의 위성 발사체 기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으로 금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다. 군 관계자는 “핵 타격용 신형 유도 무기와 여러 기의 정찰위성을 통합 운용하면 대남 핵 공격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북한 정찰위성은 우리 군이 쏴 올릴 정찰위성보다 성능 면에서는 몇 수 아래다. 1차 발사(5월 31일) 실패 당시 군이 수거한 북한의 만리경-1호(정찰위성)의 해상도는 수 m급으로 군사적 효용도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우리 군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cm급이고, 미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0cm급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인력을 파견해 정찰위성 기술 진전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기술 이전을 바탕으로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 해상도의 정찰위성을 개발해 10기 이상을 올릴 경우 우리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저궤도는 물론 중궤도, 정지궤도용 위성까지 다수 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