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찰스 3세, ‘윤동주 시’로 환영사…셰익스피어로 화답한 尹

입력 | 2023-11-22 09:39:00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11.22. 사진공동취재단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찰스 3세가 만찬사에서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 차림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41분쯤 찰스 3세와 함께 국빈 만찬이 열린 버킹엄궁 볼룸(Ball Room)으로 입장했다. 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김건희 여사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카밀라 왕비와 함께 그 뒤를 걸었다.

찰스 3세는 만찬사에서 “생각컨데 예술적인 창조성이 영국 문화계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장 극적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나 사료된다”며 한국 문화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즈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구절 중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찰스 3세는 “한영 양국의 다음 140년간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 자랑스럽고 기쁘게 건배를 제안한다”며 재차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외쳤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찰스 3세 국왕과 건배하고 있다. 2023.11.22.



윤 대통령은 “대관식 이후 영국을 방문하는 최초의 국빈으로 저희 부부와 대표단을 초청해주시고 이렇게 성대한 만찬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날 런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해 “나의 좋은 친구 영국은 결코 쇠락하지 않는다(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날 만찬장에는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한국 측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등 공식 수행원 10명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특히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로제, 제니, 지수, 리사 등 4명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에선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앤 공주 등 왕실 인사들 외에 리시수낵 총리 부부 등 초청 인사 140여 명이 배석했다.

이날 만찬 메뉴로는 수란과 시금치 퓨레로 만든 타르트렛, 셀레리악 크로켓과 칼바도스 소스를 곁들인 꿩 가슴살, 샐러드, 망고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사용된 접시는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 때 제작된 것으로, 금과 은으로 도금됐으며 테두리는 조개껍데기와 구슬 무늬로 장식됐다. 상단에는 왕실 문장이 새겨져 있다. 디저트 때 제공된 접시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77년 만들어졌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