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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위반 혐의’ 바이낸스, 美에 5조 5000억 원 벌금 낸다

입력 | 2023-11-22 15:11:00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북한 등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 중개 등을 한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완전 철수한다.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탈취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가운데 미국이 가상화폐 업계를 대상으로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趙長鵬)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또 바이낸스는 미국 정부가 향후 5년간 회계 장부 열람을 허용하도록 했다.

미국인 고객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낸스는 돈세탁 방지 및 제재 관련 법 위반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등록하고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용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특히 북한에 총 80건, 약 437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를 포함한 테러단체, 랜섬웨어 가해자, 자금세탁자 등 범죄자와의 거래가 의심되는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도 중개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과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차단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제재를 위반한 가상화폐 거래 총 166만여 건(총 7억 달러 상당)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가상화폐 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어느 기관이든 어디에 있든 미국 금융 체계의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나 외국 적대세력,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규칙을 따르거나 아니면 (규칙 위반에 따른) 결과를 직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낸스의 대규모 벌금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오전 9시 2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2.67%(134만1000원) 내린 4889만 6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4.96% 내린 3만4982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거래업체 덱스터리 캐피털의 마이클 사파이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CNBC에 “시장은 흔들리고 있지만 곧 안정될 것”이라며 “바이낸스가 (시장) 지배력을 잃는 것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업체가 이 공백을 메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