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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치 지분 넘긴 정몽구 명예회장…현대차그룹 승계 신호탄?

입력 | 2023-11-22 15:18:00

정몽구 명예회장 해비치 지분 막내딸에 매각
85세 고령으로 지분 승계 시작했다는 분석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엔지 등 지분 보유
지배구조 핵심 현대모비스 7% 지분이 관건
정의선 회장 비용 최소로 지분 승계 노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 지분을 막내딸인 정윤이 사장에게 모두 넘기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의 증여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지분 매각이 고령인 정 명예회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현대차그룹 승계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 명예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지난 16일 보유하고 있던 해비치 지분 전량(12.39%)을 정윤이 해비치 사장에게 매도했다. 정윤이 사장은 정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다.

정윤이 사장이 해비치 지분을 12% 넘게 사들이는 데 사용한 자금은 545억원 정도다. 지난해 해비치 매출이 153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해비치 최대주주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가 아닌 ‘매매’ 형식으로 지분을 취득해 300억원이 넘는 증여세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85세 고령인 정 명예회장이 이번 해비치 지분 처리를 시작으로 자신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고 본다. 현재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5.39% ▲현대모비스 7.19%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지분이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그룹 지분을 넘겨받아 현대차그룹을 완전히 지배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그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가치가 현 주가 기준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대모비스 지분을 증여받으려면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필요하다. 이렇게 증여를 끝내더라도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8%를 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사업부 일부를 인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고, 존속법인을 현대차그룹 지배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새로운 지주사 지분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총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매각해 6113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23.29%에서 20%로 낮아졌고,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분율이 0%가 됐다.

일부에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아니라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 회장이 이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느냐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시장에서 워낙 많은 시나리오가 돌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현대모비스 지분의 향배”라며 “고령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조만간 지분을 정리할 수 있고, 정의선 회장은 어떻게든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지분을 획득하는 방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