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지난해에만 764명 형사 입건… 스토킹으로 피해 확대 가능성도 스토킹 전담 업무 경찰관 7명뿐… “인력 확충 등 적극적인 대응 필요”
4월 5일 오전 4시 50분경 대전 동구의 한 공동주택 앞. A 씨(43·여)가 사는 집 앞에 남성 B 씨(33)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였다. B 씨는 “문을 열어 달라”고 했는데 A 씨가 거부하자 문 앞에 있던 킥보드로 현관문 잠금장치를 내려쳐 망가뜨렸다. 또 지하 주차장에 있는 A 씨 차량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고 와이퍼를 뜯는 등 3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앞서 1월에는 충남의 한 해수욕장에서 담뱃불로 A 씨 이마에 화상을 입히고 여러 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이른바 ‘교제(데이트) 폭력’이다. 9월 22일 대전지법 형사2단독 윤지숙 판사는 상해 주거침입 및 특수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 해마다 증가하는 데이트 폭력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가 많았다. 지난해 기준 전체(764건)의 76.9%(588건)는 폭행상해로 집계됐다. 성폭력도 6.1%(47건)를 차지했다. 지역 여성인권단체(대전여민회)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271건, 2022년 1509건, 올해는 6월 기준 884건을 기록했다. 주로 불법 촬영물에 대한 불안감을 상담하는 내용이었다.
● 스토킹으로 번질 수 있어
교제 폭력은 집요한 스토킹으로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스토킹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7월 18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일선 경찰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이다. 대전경찰청 소속 스토킹 전담 업무 경찰관은 모두 7명이다. 지난해 대전에서 발생한 스토킹 범죄는 모두 917건으로 1명당 131건을 처리한 셈이다. 전국 18개 경찰청 중 서울(248건), 인천(199.3건), 경기남부(161.8건), 경기북부(132.9건)에 이어 1인당 사건 담당 건수가 5번째로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청과 일선 6개 경찰서에 한 명씩 배치돼 있는데 스토킹 범죄만 전담하진 않고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 지정된 스토킹 전담 경찰관 281명 중 187명이 겸직 상태다. 스토킹 범죄 유형이 다양하고 교묘해지면서 피해자 지원 전담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토킹과 교제 폭력을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