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70〉 소년은 어떤 어른이 됐을까
영화 ‘스탠 바이 미’에서 크리스(왼쪽)는 자신보다 친구를 먼저 걱정하는 속 깊은 소년이다. 컬럼비아픽처스 제공
어린이가 지은 한시를 동몽시라고 부른다. 동몽(童蒙)이란 말에는 어리고 우매하다는 의미가 있지만, 어린이가 쓴 시라고 가볍게 볼 건 아니다. 조선시대 김여물(1548∼1592)이 열두 살 때 쓴 시는 다음과 같다.
스티븐 킹의 소설 ‘시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탠 바이 미’(1986년)에도 시인처럼 속 깊은 소년이 나온다. 사고로 죽은 동네 아이의 시체를 찾으러 떠난 소년들 중 크리스는 불우한 집안 배경으로 주변의 편견에 시달린다. 훔친 돈을 돌려줬음에도 교사는 그를 우윳값 도둑으로 몬다.
시인은 임진왜란 때 그의 용맹과 재능을 눈여겨본 유성룡의 추천으로 도순변사 신립의 종사관이 됐다. 시인은 숫자가 많은 적과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요새를 지키자고 했지만, 신립은 말을 듣지 않고 충주 달내에 배수진을 쳤다가 패한다.
신립이 시인에게 도망가겠냐고 묻자 시인은 웃으며 “내가 어찌 목숨을 아낄 사람이겠소”라고 답한 뒤 탄금대로 말을 달려 왜군 수십 명을 죽인 뒤 강물에 투신했다.(‘東國新續三綱行實圖’,‘汝岉赴水’) 시인은 전투 전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아들 김류에게 보낸 편지에 삼도(三道)에서 한 명의 구원병도 오지 않았지만, 남아가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은 진실로 당연한 일이라고 썼다. 시인을 높게 평가했던 송익필은 시신조차 매장할 수 없게 된 장렬한 죽음을 비탄해 마지않았다.(‘聞金士秀戰歿不埋’)
영화 속 크리스도 식당에서 다투는 일면식도 없는 손님들을 타고난 성품대로 말리다 칼에 찔려 숨진다. 작가가 된 고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들을 화해시키려 했던 크리스를 추모하며 그런 친구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쓴다.
시만 가지고 사람을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시가 시인의 일면을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소년 시절 위와 같은 시를 쓴 시인의 마지막도 영화 속 크리스처럼 과연 그다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