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마련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의료 민영화’ 논란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12년간 넘지 못한 만큼 쟁점을 배제한 채 입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 핵심 과제가 빠져버리면서 법의 기본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비스 기본법은 의료를 비롯해 콘텐츠 관광 교육 등 서비스 업종의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R&D)에 예산, 세제 지원을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제조업 중심의 정부 산업 지원 체계를 보완해 서비스 산업의 역할과 비중을 키우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 국회에 제출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도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의료산업 규제 완화가 공공의료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란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4개 법이 정한 사안은 서비스 기본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K콘텐츠, 헬스케어, 배달 서비스 등 급부상하는 산업의 육성과 지원이 시급한 만큼 의료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일단 법부터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조만간 의사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의 확산으로 수출 제조업에 치중한 한국의 산업구조는 벽에 부딪힌 상태다. 한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신수종 산업으로 키워내는 건 피해선 안 될 시대적 과제다. 특히 국내 최고 인재들이 포진한 의료는 서비스 대상을 해외로 확대하고, 국내에선 양질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영역이다. 눈앞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입법 우회로를 선택하는 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