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정조대왕함 내년 해군 인도 가스-전기 동력 사용 하이브리드함 “연료 절감되고 세단처럼 편안해” 자동항해로 조타실 인력 절반 감소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왼쪽)과 최신형 호위함 ‘충남함’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수주한 정조대왕함은 시험 평가를 거친 뒤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제공
“함정 사업도 이제는 ‘국내 리그’만 목숨 걸 게 아닙니다. 한국도 충분한 역량이 되는 만큼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기자회견장. 이 회사 특수선사업부의 최태복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함정 건조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회사의 ‘양강 체제’다. 이들은 국내 해군 함정 수주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쳐 왔다. 최 이사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해외 수출을 앞세워 특수선 분야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상선 분야 조선 세계 1위지만 특수선 분야는 10위권 밖으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은 시험 평가 중인 국내 최고 이지스함 ‘정조대왕함’(8200t급)에 도입된 첨단 기술을 앞세워 함정 건조 경쟁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정조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 요격이 모두 가능하다. 내연기관에서 전기, 자율주행으로 변화하는 모빌리티 혁신도 함정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은 가스터빈 4대와 전기추진체계 2대가 들어간 ‘하이브리드’형 함정이다. 기존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은 가스터빈 4대로만 움직였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연료가 절감되고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전 이지스함과 비교해 중후한 세단처럼 승차감이 좋아져 승조원들의 만족감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모드를 활용하면 좌표로 찍은 목적지를 향해 함정이 자동 항해한다. 덕분에 조타실 인력은 기존 이지스함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흩어져 관리하던 콘솔(조종 장치)도 한곳에 통합했다. 무인자동화 덕분에 세종대왕함보다 탑승 인원은 40∼60명가량 적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리튬전지를 이용한 잠수함용 전원 공급체계도 개발했다. 리튬전지는 에너지 저장량이 뛰어나 잠수함이 물에 머무는 시간이 1.5배 이상 늘어난다.
HD현대중공업은 동남아시아 외에도 중동, 남미, 유럽 등으로 수출 노선 확대 전략을 구상 중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은 “특수선은 전체 HD현대중공업 매출에서 8, 9분의 1 수준으로 아직은 미미하다”며 “세계 1등 조선소인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수선 해외 매출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울산=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