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씨, 기후행동 공동플랫폼 세워 폐기물 발생하는 실물 앨범 대신 디지털 앨범 전환 유도해 환경보호
“기후행동을 지지하는 K팝 팬들이 늘면 기후 정의에도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고 싶어요.”
영국 BBC 방송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기후 활동가 이다연 씨(21·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닌 K팝 팬 모두의 성과”라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K팝 팬이 그저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하는 애들이 아니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21일(현지 시간) BBC가 발표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에는 한국인으로는 이 씨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명단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스페인 축구선수 아이티나 본마티, 레바논계 영국 국제 인권 변호사 아말 크루니 등도 포함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K팝 팬인 이 씨는 고등학생이 된 뒤 신문에서 기후위기 기사를 읽으며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보다 미래를 살아갈 장본인으로서 기후위기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후 청소년 주도의 기후운동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인도네시아의 K팝 팬이면서 기후운동가인 누룰 사리파 씨(24)를 만나게 됐다. 이 씨와 사리파 씨는 ‘덕질’과 기후행동을 같이 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케이팝포플래닛을 세웠다.
이들은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며 실물 앨범 소비에 뒤따르는 폐기물 문제를 제기했다. 이 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 결과 JYP가 업계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했으며 하이브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선보였다”고 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방탄소년단(BTS)을 친환경 홍보대사로 내세우면서도 석탄발전소 건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해선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씨는 명품 브랜드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블랙핑크, 뉴진스 등 K팝 아이돌을 잇달아 앰배서더로 선정한 것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매년 탄소 배출량을 올리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비판의 시선에서 벗어난 것 같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