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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기후활동가, BBC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입력 | 2023-11-23 03:00:00

이다연씨, 기후행동 공동플랫폼 세워
폐기물 발생하는 실물 앨범 대신
디지털 앨범 전환 유도해 환경보호




“기후행동을 지지하는 K팝 팬들이 늘면 기후 정의에도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고 싶어요.”

영국 BBC 방송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기후 활동가 이다연 씨(21·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닌 K팝 팬 모두의 성과”라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K팝 팬이 그저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하는 애들이 아니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21일(현지 시간) BBC가 발표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에는 한국인으로는 이 씨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명단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스페인 축구선수 아이티나 본마티, 레바논계 영국 국제 인권 변호사 아말 크루니 등도 포함됐다.

이 씨는 2021년부터 K팝 팬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공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을 세워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해왔다. BBC는 “이 단체는 실물 앨범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해왔으며, K팝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디지털 앨범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K팝 팬인 이 씨는 고등학생이 된 뒤 신문에서 기후위기 기사를 읽으며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보다 미래를 살아갈 장본인으로서 기후위기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후 청소년 주도의 기후운동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인도네시아의 K팝 팬이면서 기후운동가인 누룰 사리파 씨(24)를 만나게 됐다. 이 씨와 사리파 씨는 ‘덕질’과 기후행동을 같이 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케이팝포플래닛을 세웠다.

이들은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며 실물 앨범 소비에 뒤따르는 폐기물 문제를 제기했다. 이 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 결과 JYP가 업계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했으며 하이브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선보였다”고 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방탄소년단(BTS)을 친환경 홍보대사로 내세우면서도 석탄발전소 건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해선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씨는 명품 브랜드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블랙핑크, 뉴진스 등 K팝 아이돌을 잇달아 앰배서더로 선정한 것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매년 탄소 배출량을 올리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비판의 시선에서 벗어난 것 같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