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규제 완화-세제 혜택 法 의료 민영화 우려에 발의-폐기 반복 정부, 의료 4법은 적용 안할 방침 “고부가 의료 제외, 현실 무시” 지적
정부가 의료 민영화 논란에 가로막힌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서발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발법은 의료, 관광, 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 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2011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지만 의료계 등에서 공공성이 강한 의료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며 반대해 12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서발법에서 일부 업종을 제외할 순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법안 통과를 위해 방침을 바꿨다.
● 19, 20대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보건 분야를 서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일부 서비스 분야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의료계 및 야당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돼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발법은 서비스업 발전을 지원할 기본 틀을 마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료, 관광, 콘텐츠 등 유망 업종의 규제를 완화하고 R&D 자금 및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서발법은 20,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됐지만 의료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함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영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부딪혀 입법이 번번이 무산돼 왔다. 현재 국회에는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현 부총리)이 대표 발의한 법안 등 3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새롭게 정부 발의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기존에 발의된 의원안을 수정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 한국,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경쟁력 떨어져
서비스 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9%로 20여 년간 정체 중이다. 영국(48.1%), 미국(31.0%)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서비스업 수출 도약을 위해 이번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서발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의 서비스업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1998년과 1999년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서발법은 서비스업을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 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어 통과될 경우 관광, 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부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 서비스업 분야인 의료가 제외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핵심은 의료인데, 의료가 빠진 서발법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보유한 고급 의료 인력과 다량의 건강보험 데이터,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의료 분야에서 미래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