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 양국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사이버 안보-반도체 등 협력 확대”
버킹엄궁 국빈 만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 시에 나오는 ‘나에게 있어 친구여, 당신은 결코 늙을 수 없다’는 구절을 인용해 건배를 제의했다. 왼쪽부터 캐서린 왕세자빈, 윤 대통령, 찰스 3세 국왕, 커밀라 왕비. 만찬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을 비롯해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4명(로제, 제니, 지수, 리사) 등이 참석했다. 런던=AP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이 22일(현지 시간) 양국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신설하고 해양 안보 정보를 공유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양국 간 공동 순찰, 북한 등의 역내 사이버 불법 행위에 공동 대응하는 사이버 안보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됐다.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 협력을 통해 적 미사일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고 미사일 탄도 추진에 오작동을 유발하는 기술 개발 공조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 일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 사회, 문화 등 전 방위에 걸친 협력을 고도화한 ‘다우닝가(街)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하고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 다우닝가 합의 명칭은 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해 영국 측에 제안했다. 양국 관계는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윤 대통령은 “양국 협력 지평이 디지털, 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해양, 반도체 등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 안보 협력을 위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개시됐다. 2024년 말까지 기획재정부와 영국 재무부 간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가 신설되며,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로 공급망 협력도 강화된다.
韓, 英과 사이버 안보 정보공유 강화… 방산수출 협력도
[尹대통령, 英 국빈 방문]
양국 정상회담… ‘다우닝가 합의’ 채택
파이브 아이스와 협력 가교 마련…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신설
AI-양자기술 협력으로 북핵 억지… 워킹홀리데이 연령도 30→35세로
“우리와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미국 등 서방 5개국 기밀 정보 공유 동맹체)’ 국가들 간에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됐다.” 양국 정상회담… ‘다우닝가 합의’ 채택
파이브 아이스와 협력 가교 마련…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신설
AI-양자기술 협력으로 북핵 억지… 워킹홀리데이 연령도 30→35세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파이브 아이스,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 국가 간 다면적인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병행 발전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 정상 간에 채택한 최초의 사이버 협력인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양국은 “핵심 국가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기술의 연구 및 개발 협력”도 명시됐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가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체결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는 국방·안보·산업·과학기술·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 대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질적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 “北 위협 억지에 AI·양자기술 접목”
양국 정상은 다우닝가 합의에서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해양 안보 정보 공유 △국방협력 양해각서(MOU)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등을 명시했다.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 체결로 방산 수출 신규 시장 개척에도 협력한다.
양국이 인공지능(AI)과 양자(퀀텀)기술을 심화시키기로 한 것은 북핵·미사일 위협 등 적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는 함의도 깔려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 및 퀀텀(양자)을 활용한 군사 기술을 접목하면 적 미사일 공격 시도에 대해 획기적으로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 활용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퀀텀 센싱’ ‘퀀텀 컨트롤’ 등을 통해 적 미사일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추진·분리 과정에 오작동을 유발하고 미사일 궤적에 영향을 미쳐 계획된 목표 지점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위협을 선제적으로 억지하는 데 양자 연구를 연결시키고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대만 문제 등 중국 문제에서도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양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남중국해, 동중국해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를 천명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자유, 인권, 법치’에 따른 가치 외교의 지향을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영 FTA 개선 협상…무탄소 에너지 협력”
양국은 기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미래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장관급 공급망 대화를 개최하고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도 체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원산지 규범 개선 및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통상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또 원전, 해상풍력,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CFE) 협력 확대를 위한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 확대를 위한 연례 고위급 대화체도 신설한다.
런던=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