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변호인, 통화 녹취록·카톡 대화 공개 "황의조 입장문 범행 인정…유죄 증거로 낼 것" "영상 피해자 1명 더…유포자 처벌불원서 내"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31·노리치시티) 선수의 사생활 유출 영상 피해자 측이 ‘불법촬영 증거’라며 과거 통화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황의조의 불법촬영을 시사하는 대화 내역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의조 “불법 촬영은 아니지만” 카톡…피해자 측 “증거 대비”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여성이 황의조 휴대전화에 있던 사생활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하며 불거졌다. 이 여성은 황의조의 친형수로 드러났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변호사는 영상 유포 직후 이뤄진 통화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대화 시점은 가렸다.
통화에서 A씨는 황의조에게 “내가 보여달라고 하고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고” “근데 왜 그게 아직도 있냐는 거지”라며 “내가 싫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잖아” “불법적인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을 해야 된다고”라고 따졌다.
이에 황의조는 “피해가 안 가게 엄청 노력하고 있어” “찍었을 때 이런 일 생길지 몰랐어” “진짜 미안”이라며 사과했다.
다만 A씨는 “여기서 네가 마무리를 잘해주면 너에 대해 뭔가 법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 “너도 피해자라는 걸 알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통화 직후 황의조는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 피해 안 가게 노력하겠다”는 카카오톡을 보냈다.
A씨 측은 이 말이 ‘불법촬영이 아니었다’는 대화를 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는 통화에선 불법촬영이란 말에 반박하지 못하다가 돌연 카톡으로 언급하고 있다. 향후 증거 사용에 대비한 것”이라며 “전화를 끊자마자 변호사와 통화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황의조 “여성도 불법촬영 동의”…피해자 “인식 못 해”
양측은 불법촬영 여부를 둘러싸고 수일째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A씨 측은 이날 “황의조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입장문에서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늘 예의주시해 휴대전화를 어딘가 두고 촬영 중인지 알았어야 하나. 휴대폰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뒀다고 피해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황의조는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촬영물을 같이 봤다고 하는데, 수년 전 불법영상 캡처본을 한 차례 공유한 적 있을 뿐”이라며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했다는 건 의사에 반하는 촬영이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의조 입장문이 사실상 불법촬영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향후 유죄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한 황의조 측이 ‘상대 여성과 대질조사를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선 “대질조사는 성범죄에서 가급적 지양하고 있는 수사 기법”이라며 “촬영된 영상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데 왜 대질조사가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성범죄수사 규칙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서 앉혀 수사하는 대질조사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황의조 입장문 보고 마음 바꿔…“영상 삭제 후 추가 촬영”
피해자는 당초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었으나,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를 부인하는 것을 보고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불법촬영 유포 피해자가 1명 더 있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고도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는 불법촬영물 유포를 고소하라고 했다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처벌불원을 해달라고 했다”며 “다른 피해자도 유포자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했을 뿐 고소는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피해자의 국선 변호사가 저로 지정됐다는 건 피해자로 인지됐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재 유포된 영상은 피해자 요구로 삭제한 뒤 추가 촬영한 영상들”이라며 “삭제했는데도 이후에 영상을 찍은 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