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대 S-Run]’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전문랩)’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현장 스토리입니다.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은 창작 활동 공간을 전국에 조성해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고, 제조창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에 IT동아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도전하는 예비창업자 및 팀들의 모습을 전하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제조사들은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필요한 설비, 재료는 모두 비용으로 돌아온다.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와 달리 제조업 창업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제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한 시제품 제작 지원과 같은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조업 창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출처=셔터스톡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제조(예비)창업자 제품개발 돕는다
제품개발 프로그램은 당초 열 팀에게 시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조창업자들의 열악한 환경 및 지원 개선을 위해 다섯 팀(예비합격자)을 추가해 총 열 다섯 팀으로 확대 지원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한정된 예산으로 수혜팀의 확대를 위해 참여자들의 시제품 종목을 6개(금형사출, 제어계측장치, 시제품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 제품디자인업, 전기전자 PCB 기구설계)로 분류하고 관련 업종에서 제품개발에 숙련도가 높은 개발사를 발굴하였다. 또한 각 개발사의 현장점검을 통해 제품개발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열 다섯 개 대상 기업 중 여덟 곳을 선정하고, 업종별 분류에 따라 네 개의 기획 인터뷰로 나눠 각각의 제조 스토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두번째 인터뷰에서는 제어계측장치 종목의 삼일비앤씨, 시제품 제작 종목의 엠제이옵토텍을 만나봤다.
‘스마트 스티어 그립’으로 의료기기 시장까지 넘보는 삼일비앤씨
삼일비앤씨는 스마트 스티어 그립 제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 스티어 그립은 자동차 운전대에 장착하여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돕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운전대를 잡기만 해도 심장박동수, 악력, 혈압을 측정해준다. 고령 운전자일수록 운전 중 건강 문제나 집중력 저하 등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스마트 스티어 그립으로 이를 예방·추적·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삼일비앤씨의 스마트 스티어 그립 외형 / 출처=삼일비앤씨
스마트 스티어 그립을 개발한 이현주 대표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한때 자동차 용품 제조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고초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제품 개발에는 메이커스페이스의 지원 덕분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악력 측정 기능을 위한 핵심 부품인 압력 측정 센서를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여러 시제품을 만들며 최적의 형태를 개발할 수 있었다.
삼일비앤씨는 자체 개발한 이 압력 측정 센서를 빛으로 혈류를 측정하는 광용적맥파 센서와 함께 활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기능 또한 개발해 적용했다. 이렇게 자체 개발한 혈압 측정 기술을 스마트 스티어 그립 용도로 한정하지 않고 별도의 개인용 의료기기로 내놓으려는 커프리스 혈압계 또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중의 혈압계는 팔뚝을 감싸는 튜브(커프)를 활용해 혈압을 재는데,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는 커프 없이 손가락에 착용하는 형태라 훨씬 사용이 간단하다. 이현주 삼일비앤씨 대표는 “기존 커프 혈압계는 혼자서는 착용이 어렵고, 압박감이 있어 착용감이 불편하다. 측정되는 동안 동일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고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삼일비앤씨는 현재 한양대학교병원과 함께 연구개발 과제로 커프리스 혈압계의 개발 및 검증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의료기기 특성상 허가 문제나 임상시험 비용 문제, 은행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품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예외를 적용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현주 삼일비앤씨 대표 / 출처=IT동아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삼일비앤씨가 지금까지 제품 개발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역할이 컸다. 이 대표는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의 제품개발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품 설계, 테스트, 시제품 제작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지금까지는 잘 헤쳐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엠제이옵토텍은 단파 자외선(UV-C) 램프를 이용한 살균 테이블오더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살균 테이블오더는 기존 테이블오더처럼 음식 주문을 받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테이블이 비었을 때 UV-C 램프가 자동으로 테이블 위와 주변 공기를 살균·청정하는 제품이다.
김민준 엠제이옵토텍 대표는 한국공학대학교 박사 학위를 수료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UV-C 램프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엠제이옵토텍을 설립했다. 이 UV-C 램프는 발광소재와 플라스마 발생 소자를 융합해 시중의 UV-C 램프 제품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살균 성능은 높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원천 기술 자체를 사업화하기에 앞서 먼저 설득력 있는 응용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뒤 떠올린 첫 제품이 테이블오더였다.
엠제이옵토텍의 살균 테이블오더 / 출처=엠제이옵토텍
김민준 대표는 “식당에 가면 다들 수저를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리는 게 껄끄러워한다. 중간에 테이블을 정리하더라도 살균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인데, 이를 자동으로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엠제이옵토텍은 초기 기존 테이블오더에 UV-C 램프 부품을 부착하는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해 현재는 UV-C램프, 공기청정기, 태블릿이 일체화된 형태로 제품을 발전시켰다. 기존 테이블오더와 달리 와이드스크린을 채택해 여러 명이 화면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차별점이다. 현재 시제품 개발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김민준 엠제이옵토텍 대표 / 출처=엠제이옵토텍
김민준 대표는 “국내외 기업에서 소재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최종 제품(End Product)을 만든 경험은 없다 보니 제품을 설계, 디자인하고 시제품을 제작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창업지원단의 컨설팅이 있었기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제품의 수준도 확 높아졌다”고 말했다.
엠제이옵토텍 외에도 시제품제작 종목으로 미세공정 AI 카메라인 아이킷(Eyekit)을 개발하는 다겸, 요소화분(YOSO VASE)을 만드는 콕스 등이 지원 받고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현재 진행 중인 브랜딩 및 마케팅 패키지 프로그램에 이어 성공투자 IR 패키지, 성과공유 페스티벌 등으로 제조(예비)창업자들의 성장을 계속 뒷받침할 계획이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이외에도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LINC3.0 사업 등 다양한 창업 전담 조직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2022년부터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