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인식과 자부심이 강한 나라였다. 다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는 데는 본래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외국인 아이들의 체류 자격 관련 사각지대도 정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가 본의 아니게 불법 체류자가 되는 미성년 아이들이 있다. 본국 사정이 어려워 돌아갈 수 없는데 한국에서 마땅한 체류 자격도 얻지 못하였거나, 가족은 체류 자격을 얻었는데 본인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출국해야 하는 경우다. 외국인 아이들은 국내에 특정 기간(국내 출생 시 6년, 아닐 시 7년) 이상 머물러야만 체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라 대학 갈 때가 되면 체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경우들은 다소 불합리해 보인다. 기계적으로 7년을 채우게 하기보다는 학생의 학업 태도, 한국에서의 거주 의지, 부모의 범죄 전과 등을 따져 아동의 체류 자격 심사 기준을 다각화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외국인 아이들은 사실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한국인이라 자각하는 외국인 아동들을 우리의 인재로 키우는 것은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로, 한국에 오래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대책이다. 이들에 대한 생애주기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주여성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일부 종교단체를 비롯한 기관·단체에서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장려하면서부터다. 이렇게 초창기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이미 나이가 환갑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주여성 대책은 여전히 갓 결혼한 여성들에만 머물고 있다. 최근 필자가 상담한 이주여성은 배우자를 떠나보낸 분이었는데, 고인이 된 배우자의 재산 상속에 관해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필자도 한국에서 14년 가까이 생활했지만 정부나 기관에서 이주여성들에게 이런 실생활 정보를 교육하는 것을 못 본 것 같다. 배우자 하나 믿고 한국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에게 배우자의 사망은 무척 무서운 일일 것이다. 법률에 익숙지 않아 당연히 물려받아야 할 재산도 받지 못한다면 삶이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최근 15년 넘게 84세 넘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이주여성이 작고하신 시부모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한국인 며느리였으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는 한국 앞에는 많은 과제와 고민거리가 놓여 있다. 한국이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잘 안착할 거라 믿는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