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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는 주말, 정읍에서 쌍화차 한잔 어떠세요

입력 | 2023-11-24 03:00:00

시내 18곳 전통찻집 특화거리 조성
쌍화차 주재료인 ‘지황’ 주산지로… 차와 약재 재배에 좋은 환경 갖춰
“지역 특화산업 클러스터 만들고… 재배 기술 교육해 품질 향상 노력”




전북 정읍시 장명동 쌍화차 거리에 있는 한 전통찻집에서 방문객들이 쌍화차를 주문한 뒤 함께 온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뜨끈한 쌍화차 한 모금 마시니 얼어붙었던 몸에 온기가 도는 것 같아 너무 좋네요.”

21일 전북 정읍시 장명동 ‘쌍화차 거리’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김정성 씨(39)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쌍화차를 마신 뒤 이렇게 말했다. 광주에 사는 김 씨는 이날 아내와 내장산을 찾았다가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쌍화차 거리를 찾았다고 했다.

김 씨는 “찻집에 들어서자마자 한약재 향이 많이 나서 쌍화차가 너무 쓰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며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체온을 올려주고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정읍 쌍화차를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정읍시 장명동에 있는 쌍화차 거리를 알리는 조형물. 정읍에는 쌍화차 거리에 18곳을 비롯해 모두 44곳의 전통찻집이 성업 중이다. 정읍시 제공

23일 정읍시에 따르면 정읍세무서 후문부터 정읍경찰서까지 약 350m 길이의 도로는 쌍화차 거리로 조성돼 있다. 이 거리에서는 전통찻집 18곳이 손님을 맞고 있다. 1980년대부터 전통찻집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해 지금의 쌍화차 특화 거리로 이어졌다.

정읍 시내에는 쌍화차 거리에 있는 전통찻집 18곳 외에도 26곳의 전통찻집이 시내 곳곳에서 영업 중이다. 정읍에 이처럼 많은 전통찻집이 몰려 있는 이유는 과거부터 차 문화가 번성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정읍은 내장산과 섬진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옥정호와 동진강에 접해 있는 북방한계선 위에 위치해 일찍이 ‘차(茶)’와 약재 재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읍은 특히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의 주산지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읍에서 생산되는 지황은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됐다고 전한다. 이런 이유로 정읍의 쌍화차는 여러 종류의 차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일교차가 큰 계절 쌍화차를 마시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정읍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읍 쌍화차는 20여 가지 한약재를 72시간 동안 끓여내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아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 곱돌은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온도를 유지해 준다. 쌍화차 안에 들어 있는 잣, 대추, 은행, 밤 등의 고명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깊은 맛을 더한다.

각각의 전통찻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쌍화차와 함께 내놓는 가래떡구이, 요구르트, 누룽지, 구운 달걀, 고구마 등의 주전부리는 끼니를 거른 이들이 주린 배를 채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정읍시는 숙지황과 경옥고, 십전대보탕의 주재료이자 쌍화탕의 주재료인 지황의 명성과 품질을 이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까지 30억 원을 들여 지역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만든다.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재배 기술 상향 평준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정읍 쌍화차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며 “정읍을 방문해 찻집에서 정성을 가득 담아 끓여낸 쌍화차 한잔 마셔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