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람 눈엔 잘 안 보이는데… 비흡연자 폐암 고위험군, AI가 찾는다

입력 | 2023-11-24 03:00:00

비흡연 폐암환자의 엑스선 사진서
폐암과 연관된 패턴 찾아내 학습
조기 검진 필요한 고위험군 식별



흉부 엑스선 검사 이후 AI가 관측한 좌측 상폐부의 작은 결절성 혼탁 부위(화살표). 미국 보스턴대 의대 제공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폐암 환자 10명 중 3명은 비흡연자다. 하지만 비흡연자는 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인식돼 폐암 등 질환 검사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구진이 비흡연자의 흉부 엑스선 사진으로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사람을 식별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아니카 월리아 미국 보스턴대 의대 심혈관영상연구센터 연구팀은 22일(현지 시간) 북미방사선학회 연례회의에서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 AI 기술을 발표했다.

폐암은 가장 흔한 암의 종류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 폐암이었으며, 암 사망률 또한 가장 높았다. 전체 폐암 환자의 70%는 흡연 경험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비흡연자였다. 간접흡연, 미세먼지, 석면 등에 대한 직업적 노출 등이 폐암의 발병 원인이 되기 때문에 비흡연자도 안심하긴 어렵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 권장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최소 20년 흡연 경험이 있는 50∼80세에게 폐암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흡연자들보다 비흡연자들이 오히려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하고 한참 진행된 뒤에야 발견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비흡연자를 검진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폐암 위험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 폐암 위험 점수는 폐암 가족력, 폐 기능 검사, 혈청 바이오마커 등을 바탕으로 한다”며 “비흡연자에서 폐암 고위험군을 보다 손쉽게 식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인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흉부 엑스선 사진에 딥러닝 모델을 적용해 폐암 위험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훈련을 시켰다. 엑스선 이미지에서 폐암과 연관된 패턴을 찾도록 학습시킨 것이다.

연구팀의 딥러닝 모델인 ‘CXR-폐-위험’ 모델은 암 검진을 받은 흡연자 및 비흡연자 4만643명의 흉부 엑스선 사진 14만7497장을 학습했다. 이후 연구팀은 2013∼2014년 촬영된 비흡연자 1만7407명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딥러닝 모델에 검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들 중 28%가 폐암 고위험군으로 간주됐고, 2.9%는 향후 폐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 성별, 인종, 호흡기 감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변수를 조정한 상태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폐암 저위험군 대비 고위험군에서 폐암 발생 위험이 2.1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인공지능 모델의 진단 결과는 흉부 엑스선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폐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비흡연자는 조기 암 검진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된다”며 “흡연율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고,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은 늘어나 비흡연자의 폐암 조기 발견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폐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보다 적극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