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1년, 오픈AI 사태]
‘안전한 AI’ 사명으로 시작한 오픈AI… 챗GPT 출시 1년만에 기술기업 변모
일부 연구원, AI 경고 서한 보내기도
글로벌 AI 투자, 올해 142조원 돌파… “AI, 이미 상업적 경쟁 시작돼”
《해임 닷새 만에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에 복귀한 샘 올트먼(사진)이 첫 행보로 챗GPT 음성 인식 서비스를 무료 공개했다. 비영리 연구단체로 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처럼 인공지능(AI)을 서비스 상품화하며 빅테크의 길을 걷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챗GPT 출시로 촉발된 ‘AI 열풍’ 1년, 이미 AI 상업 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
“팀원들이 긴 밤을 보내고 있다. 778명이 먹으려면 피자를 몇 판 시켜야 할까?”
22일(현지 시간) 새벽 오픈AI는 대화형 챗봇 챗GPT 음성 인식 서비스를 무료 공개한다며 시범 오디오 파일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전격 해임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사진)의 복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던 때였다. 오픈AI 778명 전체 임직원이 새로운 서비스 홍보를 위해 협상 타결 소식을 기다리고 있음을 농담처럼 밝힌 것이다.
이 음성 서비스 공개가 올트먼 CEO 복귀 후 첫 공개 행보가 됐다.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처럼 인공지능(AI)을 서비스 상품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30일 챗GPT를 출시해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전한 AI’를 사명으로 시작한 비영리 연구단체 오픈AI는 빅테크의 면모를 드러냈다.
● 올트먼 복귀는 ‘빅테크’ 신호탄
챗GPT는 피자 주문 질문에 “195판은 주문해야 한 사람당 3조각을 먹을 수 있다. 어디에 주문하면 좋을지 궁금하면 말해 달라”고 즉각 답했다. 기존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애플 ‘시리’와 아마존 ‘알렉사’를 위협할 만한 기능이다. 말과 글을 오가는 챗GPT 음성 서비스는 올 9월 발표 이후 유료로만 공개했다.
오픈AI의 올트먼 해임 사태 중심에는 이같이 기능이 점점 고도화하는 챗GPT가 있다. 챗GPT는 비영리 연구단체 오픈AI가 기술 판매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트먼 사태 배경으로 알려진 사내 ‘AI 개발론자’ 대 ‘안전론자’ 갈등을 촉발한 주인공이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챗GPT는 지난해 11월 경쟁사 앤트로픽이 자체 챗봇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을 들은 올트먼이 “우리도 시험 삼아 서비스를 내놓고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자”고 설득해 내놓은 서비스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대 사용자를 10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출시 닷새 만에 사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 이후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는 한정된 자원을 안전보다 서비스 개발에 쏟았다.
AI의 파괴적 위험을 두려워하던 오픈AI 이사진들은 교육, 기업, 금융 등으로 전방위 확산되는 AI를 두고 올트먼과 갈등을 빚어 왔다. 올트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여느 빅테크처럼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데이’를 열며 챗GPT 상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 AGI 개발까지… 더 큰 게 오나
올트먼 복귀와 함께 사람처럼 인지능력을 갖추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도 해결책을 찾는 AI를 뜻하는 일반인공지능(AGI)의 상업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로이터통신은 올트먼 해임 직전 오픈AI 일부 연구원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AGI 발견을 경고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 측의 6단계 분류에 따르면 챗GPT는 AGI 신흥 단계인 레벨 1이지만 초등학교 수학 문제를 푸는 지능을 갖춘 다음 레벨의 AI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AI 경쟁은 이미 상업 개발론으로 넘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챗GPT 돌풍으로 올해 글로벌 AI 투자는 1100억 달러(약 142조 원)를 돌파하고 2025년 2000억 달러(약 2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를 활용해 창업한 글로벌 스타트업도 급증했다. 미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미 챗GPT가 낮은 수준의 코딩을 상당히 대체해 스타트업으로선 인력 부담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올트먼 해임 사태로 인한 오픈AI 혼란을 틈타 경쟁사들은 인재 영입과 사업 확장에 나설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세일스포스, 엔비디아 같은 테크 기업들은 퇴사하겠다는 오픈AI 인재들을 공략했고, 구글 영업팀은 기업 고객에 ‘자사 AI 모델을 쓰라’고 영업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